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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교회, 정신적 순기능 지녀… 차별 취급은 부당”

서울행정법원의 대면예배금지처분 등 취소 판결문 분석


예배 금지, 비례·평등원칙에 반하여 재량권 일탈·남용...생산필수시설 아니다? 그렇다고 중요도 덜하지 않아...대면예배 시 벌금? 교회 기능·활동 크게 위축될 우려,..밀집도 높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시설 금지 사례 없어... 예배 시 코로나 전파 위험, 특별히 높다 인정 어려워....예배금지 효력 소멸했지만, 위법성 확인 필요는 여전,

정부 당국이 방역을 명분으로 대면예배 금지 처분을 내린 데 대해, 법원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서울시내 31개 교회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대면예배금지처분 등 취소 청구의 소(2021구합50178)에서, 서울행정법원 제1부(판사 강동혁·김용환·정세영)는 피고(서울특별시)가 2020년 12월 성탄절을 전후해 발표했던 종교시설 방역수칙 의무화 고시들 중 ‘정규예배 비대면 실시’ 부분을 모두 취소했다. 소송비용은 모두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본지가 17일 입수한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당시 코로나19 3차 대유행 시기였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익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면예배 참석인원의 제한 내지 예배 이외 대면 모임 활동 및 행사를 금지하는 등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을 낮추는 다른 수단을 통해 원고들의 침해되는 기본권의 정도를 최소화하면서도 국민의 건강보호라는 공익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피고는 전면적으로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조치를 하였는 바 이로 인한 원고들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은 비례의 원칙 및 평등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음식점 등에 대하여는 거리두기 내지 영업시간 제한 준수의무 등의 방역수칙을 부과하고 운영 자체는 허용하면서도, 교회의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것만으로 코로나19의 전파위험성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차별취급에 적합성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소규모 교회나 생계곤란 등으로 인하여 인터넷 접근이 제한되는 교인, 고령 또는 장애로 인하여 비대면 예배에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의 사용 곤란 등으로 정보 서비스의 접근과 이용이 제한된 교인은 비대면 예배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있고, 종교적 행위의 자유 행사의 일환으로 대면예배를 원하는 교인들이 위 처분에 따르지 않는 경우 벌금 내지 과태료 등의 제재가 부과되므로 이 사건 각 대면예배 처분에 의해 교회의 기능과 활동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이 사건 각 대면예배 금지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국민의 건강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원고들의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지나쳐 차별로 인한 불평등의 효과가 크므로 차별취급의 비례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종교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해 “종교가 세계와 인간의 존재의미, 특히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 및 올바른 삶에 대한 대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자유권”이라며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범위와 정도에 관한 위법성 심사를 함에 있어서 경제적․재산적 권리를 제한하는 공권력행사보다는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당시 당국이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을 통해 교회의 대면예배를 금지한 것과 달리 음식점에 대하여는 ‘21시까지 정상 영업, 21시부터 익일 5시까지는 음식 포장․배달만 허용’하고, PC방, 영화관, 오락실․멀티방, 대형유통시설에 대하여는 ‘21시부터 익일 05시까지 영업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만을 시행하였고,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콜센터에 대하여는 ‘재택근무 등 근무인원 1/2 강력 권고’, ‘직원간 거리두기 및 칸막이 설치’ 등의 방역조치 이외에는 특별한 집합제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중앙대책본부는 2020년 11월경 개편된 거리두기 체제에서 직장근무는 인원의 1/3 이상 재택근무 등을 권고, 교통시설은 KTX, 고속버스 등 50% 이내로 예매제한 등을 권고하였으며, 결혼식·장례식 등은 50인 이하로 제한하였을 뿐이다.

재판부는 “교회 내 대면예배를 위해 교인들이 모이는 경우 각 교회가 갖는 물적 여건에 따라 좁은 공간에 상당히 많은 인원이 밀집하게 될 우려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직장, 교통시설, 결혼식·장례식,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경우에도 밀집도가 상당히 높을 수 있는데, 중앙대책본부 및 피고가 밀집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위 시설에 대하여 집합 자체를 금지시킨 적이 없는 점에 비추어, 종교시설의 경우에도 결혼식·장례식 등과 같이 참석인원을 제한함으로써 밀집도를 완화하는 방법이 충분히 가능하였다고 보인다. 그리고 교회 목사의 설교 내지 대면예배에 참석한 교인들간 대화 중 비말전파가 있을 수 있으나, 유증상자 출입 제한, 음식물 섭취 등 제한, 좌석 간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다중이용시설에 부과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경우,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을 충분히 수인가능한 한도로 낮출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교회의 대면예배를 통한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이 교인들의 집합을 금지함으로써 차단하여야 할 정도로 다른 시설에 비하여 특별히 높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대면예배를 허용하면서도 참석인원을 제한하고 예배 이외 교회 내 대면 모임 활동 및 행사 등을 금지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수인가능한 한도로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을 낮출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이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피고 측에서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은 현재 그 기간이 경과하여 효력이 소멸하였고, 장래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과 동일한 내용의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은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배제하여 원상으로 회복시키고 그 처분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보호·구제하고자 하는 소송이므로, 비록 처분을 취소한다 하더라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 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두13203 판결 등 참조)”고 했다.

또 “현재에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종식되지 않아 일일 확진자 수는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 당시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이 해제된 이후 새롭게 개편한 방역 지침에서도 가장 높은 단계에서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방침을 시행하기도 한 점, ③ 설령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향후 또 다른 감염병이 유행하는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피고가 그 필요에 따라 원고들에게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효과를 갖는 집합금지를 명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이 해제되어 그 효력이 소멸하였더라도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의 위법성 확인 및 불분명한 법률문제의 해명은 여전히 필요하므로, 원고들은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인해 당국의 부당한 예배 금지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교회들의 민사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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