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목사님과 전도를 나섰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편하지 못하지만 전도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재간이 없다. 경비들의 눈치를 보면서 15층으로 올라갔다. 전도지를 문에 끼워 넣기를 할까 하다가 이런 소극적인 방법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적극적인 전도를 하기로 했다. 아니 사실 목사님과의 묵시적인 행동 통일은 교회를 떠난 김 집사에 대한 우리들의 알 수 없는 잘못을 하나님께 회개하는 심정으로 어려운 전도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주저되는 손가락, 떨리는 마음으로 첫 번째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 응답이 없다.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몰라 염려되던 마음이 순간 안심하는 마음으로 바뀐다. 집에 사람이 없는 것 같으니 안 만나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도를 하기 위해 초인종을 눌렀다. 목사님과 눈 신호를 보내고 다음 집 문을 뚜드린다. 안에서 가날프게 응답이 있다.
"누구세요"
"저------ 새영 교회 목사인데 전도하려 왔습니다."
"안 사요"
"예에---- 우리는 장사꾼이 아니고요 교회 목사입니다"라고 목사님이 나섰다. 그러나 안에서는 여전히
"안 산다니 까요"라는 짜증 섞인 반응만 나왔다.
우리는 한참 그 집 앞에 서 있다가 발길을 돌렸다.
세 번째 집은 더욱 자신이 없다. 이렇게 전도하기가 힘이 드는데 차라리 전도지나 꼽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목사님도 나도 허물어지려는 마음을 부추길 수는 없다.
할머니가 문을 열러 주면서 뭐냐고 물으셨다. 우리는 우선 친절하신 질문에 고마워서
"예에---- 저희들은 새영 교회 목사 부부입니다. 할머니 예수 믿으십니까?"
이외로 할머니는 우리들을 반겼다.
"아유, 목사님이 직접 전도를 다니세요. 나는 목사님이 전도 다니시는 것을 처음 보는데요.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들어오세요. 차나 한잔하고 가세요."
우리 부부는 금세 힘이 났다. 마음의 갈등도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를 영접해 준 할머니는 일아 들을 수 없는 수다를 떨며 이것저것 과일을 내 오고 차를 가져 왔다. 집안의 분위기는 아이들이 있어 그런지 산만하고 낡은 소파는 찢어져 있었다.
할머니는 여기 사시는 분이 아니시고 직장을 다니는 딸네 집에 애들을 봐 주기 위해 오신 시내 교회를 다니시는 권사 님이셨다. 그런데 그 권사 님이 우리들을 영접한 이유가 있었다. 처녀 때는 그렇게 열심히 교회를 다니던 달이 시집을 가자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목사님께서 좀 챙겨 신앙 생활을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등록 카드를 한 장 꺼내서 딸의 인적 사항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 주일에 다시 오겠으니 딸에게 미리 말씀을 해 놓으라고 당부를 했다.
대접을 받고 어쩌면 한 가정을 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우리 부부는 훨씬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주저함이 없이 다음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이렇게 해서 오후 5시까지 전도를 한 결과 거절당하고 따돌림당한 세대수는 셀 수가 없고 들어 가 전도를 한 가정은 두 가정, 문전에서 전도를 한 가정은 4가정이 되었으며 다음 심방의 약속을 받은 가정은 한 가정이 되었다. 전도를 하고 다니는 동안에 정든 김 집사의 기억이 잠시 사라졌는데 전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다시 김 집사 생각이 난다. 혹시 오늘 수요일 밤 예배에 자기들의 실수를 깨닫고 예의 배시시 웃음을 얼굴에 올리면서 흔연히 교회에 나오는 것은 아닐까? 수요인 예배가 시작이 되기 전에 교회 밖에서 그들을 기다려도 오지 않고 예배 끝날 때까지 그들을 기다려도 결국 김 집사 내외는 오지 않았다. 다른 성도들도 있는데 교회가 온통 텅 비여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김 집사가 교회를 나오지 않는 일에 대하여 궁금해하는 눈치를 보이는 성도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지 걱정이다. 내일 다시 김 집사 집에 가 보자고 목사님께 말씀드려 볼까? 아니면 나 혼자 가볼까?
목요일
새벽 기도 시간에 김 집사네를 위해 간절히 기도를 하고 아침 일찍 다시 가 보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아침을 먹고 목사님께 그 말을 했더니
"또 갈 필요가 있을까? 용기가 나지 않는군. 전화를 먼저 해 보세요."
"전화를 하면 오라고 할 것 같아요? 그냥 가 봅시다."
그래도 목사님은 나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속으로
"저 모양이니 성도들이 붙어 있을 수 있나. 교회를 떠난다고 하면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사정사정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하면서 심방 가방을 들고 팽하니 집을 나서서 김 집사 집으로 갔다. 그러나 발걸음은 천근 만근이고 그들을 설득할 자신이 전혀 없다.
김 집사 집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곳에는 우리 교회 교패가 없어지고 다른 교회의 교패가 붙여 있었다.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고 부들부들 떨리면서 힘이 빠져나갔다. 주저앉고만 싶었다. 그러나 용기를 냈다. 한편 김 집사가 집에 없기를 바라면서 초인종을 눌렀다. 기대와 달리 김 집사가 안에서 대꾸를 했다.
"누구세요"
"저예요. 교회 -------"
뻔히 내 목소리를 알면서도 김 집사는 다시 물었다.
"교회 누구 신데요."
"사----몸니다."
한참을 대꾸가 없다. 그러더니 배란다 쪽으로 난 방의 창문이 열렸다. 그곳에 너무나도 무표정한 김 집사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는 그래도 반가웠다.
"집사님 안녕하세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 집사의 철퇴와 같은 말이 내 가슴에 쏟아져 떨어졌다.
"사모님 오시지 마세요. 참 끈질기네요. 우리는 목사님에 대하여 나 교회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이미 다른 교회에 등록을 했어요. 보셨잖아요. 어제 오후에 새로 등록한 교회의 목사님이 오셔서 예배도 드리시고 교패도 붙이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영 교회 교인이 아닙니다. 그 동안 정리로 더 심한 말을 하고 싶지 않으니 이만큼에서 끝을 내야 합니다."
그리고 문을 닫아 버렸다. 나는 우리 자식이 죽어 버린 것 같았다. 그 자리에 무릎을 끓고 앉아 통곡을 하고 싶었다. 그 동안 3년 넘게 온갖 사랑과 정성이 긷든 목사님과 성도의 관계가 이렇게 끝이 나다니------ 우리가 김 집사에게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다는 말인가? 말을 해 준다면 당장 고칠 테인데 통 말을 해 주지 않는다. 다만 설교에 은혜가 안 된다고만 한다. 왜 목사님의 설교가 갑자기 은혜가 안 되는 것일까?
목사님과 함께 오지 않는 것이 잘한 일이다. 김 집사의 말에 처참해질 목사님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고 지금 찌그러진 내 모습을 목사님께 보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 목회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하면 안될까? 죽고 싶다.
하루 종일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모르겠다. 전도라도 나서야 하는데 정말 용기가 나지 않는다. 목사님도 서재에 누워 꼼짝은 하지 않으신다. 아파하시는 것을 잘 안다. 불쌍한 우리 목사님. 아무 것도 하지말고 그냥 이대로 살게 놔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