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순간에 지하철 속에서 젊은이가 자리를 양보해 주면서,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라고 할 때 그리고 아직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손자가 태어나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될 때 많은 노인들이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늙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늙어간다는 것을 우리는 몸의 변화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몸의 변화와는 달리 노년기를 나타내는 특징적인 성향은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 최근에 심리학과 사회학, 그리고 기타 인접 사회과학분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개인의 성격특성이 전생애동안에 똑같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성격특성이 변한다는 주장도 많다. 노년기의 일반적인 심리적 특성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노년기의 성격특성
노년기의 성격특성을 보면 대체로 8가지로 나타난다.
가장 먼저 두드러진 특성은 우울증이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퇴행성 질병에 걸리거나 경제사정이 더 악화되는 일, 젊은이들이 일터로 빠져나간 집에 홀로 남게 됨으로 생기는 고립감, 가까운 친구나 가족의 죽음과 같은 일들이 우울증을 증가시키게 된다.
둘째는 신체적인 능력이나 감각이 무뎌지면서 내향적이고 수동적으로 변해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고 좀 더 무사 안일주의적 성향이 늘어난다.
셋째는 남,녀의 성 역할에 변화가 온다. 남자들은 더욱 수동적이며, 여자노인은 더 능동적이며 권위적으로 된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에는 직장생활이 전부였다가 퇴직을 하게 되면 점차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집안일을 돕는 정도도 늘어난다. 여성들은 이때 출가한 자녀들을 방문한다든지, 친구와 함께 모임을 갖는 다든지 하여 더욱 활동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
넷째, 경직성이 증가된다. 즉 융통성이 적어져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 큰 득이 없음에도 옛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조심성이 증가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에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데 크게 세가지로 그 원인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세가지는 노인들이 정확성을 더 중시하는 것과 감각능력 및 몸 기능의 퇴화, 그리고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여섯 번째는 오랫동안 사용해온 물건이나 대상에 대한 애착심이 강해진다.
일곱째는 유산을 남기려는 경향이 강해서 대를 이을 제자를 키우거나 지식을 다음세대에 물려주려고 한다.
여덟번째는 의존성이 증가한다.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 및 정서적, 그리고 사회적인 면에서 의존성이 증가됨을 볼 수 있다. 이런 특성들이 보편적인 노인들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노년기 가족관계의 적응
1. 수프가 식지 않는 거리에 거주
노년기가 되면 젊을 때보다 신체기능이 퇴화하여 의존성이 증가된다. 특히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의존은 가족을 대상으로 하게 되는데 이때 가족관계 및 환경의 변화는 노인들의 성격에 영향을 주게 된다.
많은 노인들이 옛날에는 자녀에게 의존을 했지만 현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살기를 원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건강상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년기 부모와의 동거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야 하며 가능하다면 ‘수프가 식지 않는 거리’에 거주하면서 필요할 때 도와드리는 것이 좋다.
2. 새로운 역할을 바탕으로 한 부부관계 정립
정년퇴직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젊었을 때 직장생활이 삶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퇴직 후에 대외적인 활동을 가정활동으로 변화시키고 그에 따라 역할을 조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종종 불화가 발생한다.
가사일에 대해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경우 남성들은 옛날만큼 돈을 벌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성의 경우에는 남성이 집에 계속 거주함으로써 매 끼니를 챙겨야 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서로의 역할을 조정하고 서로가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한다면 정서적인 성장을 같이 할 수 있다.
3. 배우자의 죽음
배우자의 죽음은 남은 배우자에게 매우 심각한 영향을 주는 사건이다. 배우자의 죽음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더욱 많이 겪는다.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해 정체성의 상실, 우울증, 죄의식, 비통함, 불안감 등을 겪게 되는데 특히 애도기간 중에는 우울증으로 인해 신체적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경향이 생긴다.
흔히 잉꼬부부라고 불렸던 부부의 경우에는 서로간에 정서적으로 같이 성장해 왔기 때문에 배우자의 사망은 더욱 더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부부사이가 매우 좋았던 부부가 한쪽의 사망 후 금방 재혼을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남은 한쪽이 고독감과 외로움을 너무 심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노후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노년기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그에 따른 적절한 노력을 하면 노후도 밝아질 수 있다. 무능력하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고 젊은 날을 돌아보며 후회와 회한으로 매일의 생활을 보내기 보다는 이전에 정말 하고 싶었지만 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종교생활이나 친목단체를 통한 활동이나 취미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생에 더욱 의미있는 시간들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참여활동을 하다 보면 새로운 역할뿐만 아니라 노인자신의 삶의 질 까지도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노후를 준비할 수 없었던 노인들
현재의 노인들이 살아왔던 시대에는 아들을 낳아서 얼마나 잘 기르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노후가 보장되었다. 이들 세대들은 어려웠던 시대를 겪어오면서도 아들의 교육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었다. 자신의 노후는 준비하지도 못한 채 자녀의 교육에 힘쓰다보니 어느덧 나이가 들어버렸다.
그런데 자신의 노후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아들들이 변화된 가치관과 살기에 급급하다보니 예전에 노부모들이 자신들의 부모에게 했던 것처럼 부모를 봉양하는 일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 노후소득보장책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부분의 노인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노인들의 가장 큰 노후의 걱정거리 중의 하나가 용돈과 생활비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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