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 2021년 4월 2일 금요일 기사
1980년대 말부터 주택난이 극심해지기 시작했다. 1990년 최고조에 달했던 부동산 투기 붐, 1991년 전세가 폭등으로 서민경제에 한파가 몰아쳤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생기면 주변을 살피기보다 전 교인 새벽 40일 기도회를 선포했다. 하루 8시간씩 기도했다. 그래도 안 되면 금식기도를 하며 주님 앞에 매달렸다.
건축처럼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도 드물다. 수시로 변하는 건축법에, 국제 유가에 따라 자재비가 널뛰기했다. 모두가 어렵다고 했다. 성전 건축을 무사히 끝낸 그 감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91년 11월 17일 무사히 5층 예배당 입당예배를 드렸다. 예배당이 한산할까 걱정했는데 건축 기간에 늘어난 성도들로 성전이 꽉 찼다.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말 외에 어떤 말도 대신할 수 없었다.
성도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에 감동이 왔다. 그때 생각난 것이 성도들이 교회건축을 위해 드린 금반지와 목걸이다. 입당예배 드리는 날 성도들에게 모두 돌려줬다. “하나님의 은혜로 건축은 잘됐고, 재정도 부족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성도들은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건축을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며 고생했던 성도들을 위해 전체 교인을 뷔페로 초대해 대접했다. 사모는 장로님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직접 음식을 날랐다. 이 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새해 첫 주일이 되면 우리 가정이 점심을 직접 대접하는 것으로 작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일명 ‘밥퍼’ 행사로 불리는 그 행사는 매해 첫 주일, 아내와 삼 남매가 전 교인의 점심을 준비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성도들의 그릇에 가득 담을 때면 행복한 마음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에 질세라 장로들과 안수집사들이 매주 주일 점심을 대접했다. 그것이 현재까지 매주 돌아가면서 주일 점심을 대접하는 전통이 됐다.
건축의 감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매년 농어촌교회 교사 초청 강습회를 열어 지방의 개척교회 유 초등부 담당 교사들을 섬겼다. 행사 기간 교사들의 숙식은 물론 교통비에 강습회 및 여름성경학교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했다. 이 행사들은 43년 지난 지금도 ‘농어촌 목회자 부부초청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91년 11월 17일 입당예배를 드린 성전은 4년 만인 1995년 성도로 가득 찼다. 재건축을 고려할 만큼 크게 부흥했다. 재건축을 놓고 기도하던 중 성전 증축을 결정했다. 교회 뒤편 주택을 매입하고 97년 성전 증축 기공예배를 드렸다.
현재 예배를 드리는 성전은 2003년 4월 공사에 들어갔다. 1년 5개월간 공사를 하고 2004년 9월 1300석 규모의 예배당 입당예배를 드렸다. 예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공사 기간에 예배드릴 장소를 구했다.
구하는 과정에서도 하나님의 세밀한 돌보심은 계속됐다. 성도수가 많아져 1차 성전 건축 때 놀이터보다 몇 배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기도하며 방법을 찾던 중에 문득 석관고등학교가 떠올랐다. 장로들과 의논하니 공교육 기관에서 종교기관에 장소를 빌려주는 일은 없다고 했다.
그래도 기도 가운데 얻은 그 마음이 확고해 석관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만나보기로 했다. 세상에, 교장 선생님도 예수를 믿는 분이 아닌가. 석관고등학교 체육관이 예배처소로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1차 건축은 부동산 위기로 인한 지독한 경제 위기를 겪었고, 2차 건축은 IMF 구제금융 기간에 이루어졌다.
규모가 가장 컸던 3차 공사는 ‘목사님이 하자면 모든 것이 된다’는 믿음과 확신으로 순종하며 따라준 장로들과 성도들의 신뢰까지 가세해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다. 너무하다 싶을 만큼 세상 물정을 모르고 해낸 건축이었다. 대신 장로와 전 교인이 기도하고 마음을 같이하며 행복한 가운데 교회가 지어졌다.
우리에게는 세상 물정 대신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지 않은가. 좋으신 아버지께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아들의 참으로 겁 없는 간청을 모두 들어주셨다.
입당하는 날 이렇게 넓은 예배당을 주심에 감사기도를 드릴 때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성도들에게 더 겸손해라. 더 온유하고 더 사랑해라. 목사 너 자신이 더 바보가 돼라. 세상을 모르는 바보, 명예를 모르는 바보, 물질을 모르는 바보, 예수님만 알고 교회만 알고 성도만 사랑하는 바보가 돼라.”
그리고 ‘주님의 핏값으로 교회가 세워졌으니 너도 드리라’는 감동이 있었다. 강단에서 헌혈과 장기기증을 선포했다. 그 선포를 시작으로 1년에 두 차례씩 전 교인이 사랑의 헌혈에 동참해 헌혈증서를 기증했다. 교역자와 성도 대부분이 장기기증 협약을 마쳤다. ‘이웃이 내 몸이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모두의 마음에 흘렀다.
김연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