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성경에는 난해한 구절들이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구절들의 해석도 학자마다 다소간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 중에 하나가 창세기 6장 4절의 '네피림'(Nephilim)이다. 어떤 학자들은 네피림의 어원을 '나팔'로 추정하여 그들을 하늘로 부터 떨어진 타락한 천사들 혹은 그 후손들을 가리킨다고 주장하거나 심지어 괴물이나 신동(神童)으로 간주하는 학자들(Tuch, Knobel)도 있다. 또 어떤 이들(Luther, Calvin, Keil, Murphy)은 네피림을 '타락한 자들'로 규정, 이들을 '압제자', '난폭군', '훼방자' 등으로 보고 있으며, 네피림의 어원을 '팔라'와 연결시켜 보통 사람들과 '구별'된 '훌륭한 사람들'로 보는 학자도 있다.
네피림의 기원에 관해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진다.
(1) 타락한 천사들
(2)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들
(3) 홍수 이전에 존재했던 한 거인족.
(1)항의 경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네피림의 어원을 '나팔'로 추정하여 그들을 '하늘로 부터 떨어진 타락한 천사들' 혹은 그 후손들을 가리킨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다. (2)항은 창세기 6장 2절을 '천사들'과 '인간 여자들'의 결혼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나 네피림을 '타락한 자들'로 규정, 이들을 '압제자', '난폭군', '훼방자' 등으로 보는 학자들이 주장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을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네피림의 기원이 달라진다. 네피림의 기원을 (3)항으로 보는 학자들은 창세기 6장 4절의 '당시에'(in those days)라는 말에 주의를 기울인다. 즉 네피림은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을 취할 때, 이미 '땅'에 '있었던'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거인들'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틀림없는 사실이다.
거인은 거대한 신장을 가진 한 존재로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거인들이 먼 옛날부터 땅 위에 살았었다고 믿고 있다. 이 거인들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이들의 기원을 창세기 6장 1-4절에서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 거인들의 조상을 '네피림'으로 본다.
Ⅱ. 네피림의 어원에 대한 연구
'네피림'은 성경에 두 번(창 6:4 ; 민 13:33) 기록되어 있는 낱말로 그 어원은 분명치 않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네피림이라는 낱말이 '나팔'의 칼(kal)형에서 파생된 복수 명사형으로 본다. 따라서 어떤 학자들(Hoffman, Delitzsch)은 이러한 원어의 뜻에서 유추 해석하여 네피림을 '하늘로부터 떨어진 타락한 천사들' 혹은 그 후손들을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괴물'이나 '신동'으로 간주하는 학자들도 있다(Tuch, Knobel).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네피림을 '타락한 자들'로 규정, 이들을 '압제자', '난폭군', '훼방자' 등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하여 네피림의 어원을 '팔라'와 연결시키는 것이 훨씬 더 분명하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이러한 원어의 뜻에서 유추 해석하여 네피림을 보통 사람들과 '구별'된 '훌륭한 사람들'로 본다.
Ⅲ. 네피림의 기원에 대한 연구
네피림의 기원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그것은 네피림의 기원에 대한 확실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네피림의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의 견해로 나누어 진다: (1) 타락한 천사들 (2)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들 (3) 홍수 이전에 존재했던 한 거인족.
가. 타락한 천사들
네피림을 '타락한 천사들'로 보는 학자들은 네피림이란 낱말이 '떨어지다'(fall)라는 의미의 '나팔'에서 파생된 단어이기 때문에 네피림의 뜻은 '떨어진 존재들'(fallen ones)이 되며, 결국 네피림은 '떨어진 자들'로서 땅의 존재가 아닌 '천상적 존재' 즉 '하늘에서 떨어진 타락한 천사들' 혹은 그 후손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근거로 네피림을 '타락한 천사들'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합당치 못하다.
왜냐하면, '나팔'이란 단어는 '떨어지다'(fall)라는 뜻 외에도 '부패하다' 즉 '타락하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네피림의 어원을 '나팔'로 보고 그 의미를 '떨어지다'(fall)로 해석할 경우 네피림은 단어의 의미상 '떨어진 존재들'(fallen ones), 즉 '떨어진 자들'로서 땅의 존재가 아닌 '천상적 존재들'로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나팔'의 의미를 '타락하다'로 볼 경우 네피림은 영적 혹은 윤리적으로 '타락한 존재들'로서 '천상적 존재들'이 아닌 '땅의 존재들'일 수도 있다.
또한 네피림의 어원을 '나팔'로 보고 그 의미를 '떨어지다'(fall)로 해석한다고 할찌라도 그것이 반드시 "하늘로 부터 떨어진"의 의미로만 볼 수는 없으며, 또한 타락한 천사들이 천상에서 떨어져- 내려온 것이 아니다 -'땅'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한 족속을 이루어 살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네피림의 어원을 '나팔'이 아닌 '팔라와 연결시킬 경우 네피림은 보통 사람들과 '구별'된 '훌륭한 사람들'로서 역시 '천상적 존재들'이 아닌 '땅의 존재들'이 된다.
나.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들
앨더스(G. Ch. Aalders)는 "(창세기)1, 2절을 천사들이 여인들과 동거하였음을 나타내는 구절로 해석하는 학자들은 이 거인들이 천사들과 여인들 사이에서 태어난 그들의 자손이라고 간주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은 네피림을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으로 보는 학자들은 창 6장 2절을 '천사들'과 '인간 여자들'의 결혼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창세기 6장 2절을 '천사들'과 '인간 여자들'의 결혼으로 해석하지 않는 학자들도 네피림을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으로 보기도 한다.1)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들이 있다.
1. 하나님의 아들들
a. 천사들
'하나님의 아들들'이 '천사들'이라는 해석은 가장 오래된 견해로 가장 초기의 유대인의 해석(에녹1 6:2 ; 요벨 5:1), 70인역(LXX), 필로(Philo), 요세푸스(Josephus) 그리고 사해 두루마리(the Dead Sea Scrolls) 등에서 취하고 있는 견해이며, 저스틴(Justin), 이레니우스(Irenaeus), 클레멘트(Clement of Alexandria), 터툴리안(Tertullian), 오리겐(Origen) 등의 초기 그리스도인 작가들 역시 이 노선을 취한다.
이 견해를 수용하는 현대 학자들은 세 가지 주된 이유들을 제시한다.
(1) 구약성경(시 29:1 ; 욥 1:6 ; 2:1 ; 38:7)에서 "하나님의 아들들"은 천상의 신과 같은 피조물로 간주된다.
(2) 창세기 6장 1-4절에서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여러가지 해석들은 창세기 6장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 '어떤 사람들의 아들들'이 '다른 사람들의 딸들'을 아내로 삼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하지만 '하나님의 아들들'이란 문구는 적어도 그와 같은 생각이 애매한 표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그)사람'(히, (ha)adam)2)이 모든 인류로 간주되는 6장 1절에 의해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2절의 "사람의 딸들"은 당연히 인류의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보통 계층의 사람들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3) 우가릿 문헌(Ugaritic literature)에서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만신전(pantheon)의 일원들로 간주되는데, 그것은 어쩌면 창세기에서도 유사한 의미로 그 문구가 사용되어졌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지적한다.
위에서 제시한 이유들 중 (3)은 이교도의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수용할 수 없으나 나머지 이유들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b. 셋 계통의 경건한 사람들
'하나님의 아들들'을 '셋'(Seth) 계통의 경건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그 근거로 성경 용례상 경건한 성도들을 가리켜 역시 '하나님의 아들'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신 32:5 ; 시 73:15 ; 호 1:10)과 셋의 후손들에 의해서 비로소 여호와께 대한 경배가 행해졌다는 점(4:26), 그리고 무엇보다 신학적 의미와 구속사적 맥락상 잘 부합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또한 '하나님의 아들들'을 '셋 계통의 경건한 사람들'로 보아야만 족보와 홍수사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사람들은 아내를 취할 때 믿음에 기초하지 않고 충동에 따라 결정했다.
즉 종교적인 배경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안일한 삶에 타락이 몰려왔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진노에 따라 반응하셨다는 것이다.
한편, 그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하나님의 아들들'이 '천사들'이라는 견해를 반박한다.
(1) 범법한 자들은 '하나님의 아들들'이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의 좋아하는 자로 아내를 삼았던 것이다. 만일 이 '하나님의 아들들'이 천사들이었다면, 하나님께서는 천사들을 엄중하게 심판하셨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3절에서는 인간 세계에 대한 심판만을 예고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2) 만일 천사설이 옳다면, 죄악사는 인류 타락사가 아니고 천사 타락사로 돌변되는 셈이니 자연스럽지 않다.
(3) 천사는 본래 죽지 않음으로 생식하지 않는 존재이다(마 22:30).
(4) "아내를 삼는지라"(히, nashym lakah)라는 구절은 구약에서 결혼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용어로서, 간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말은 천사들에 대해서는 사용될 수 없다. 만약 천사들이 이 일을 했다면 이는 결혼이 아니라 간음일 수밖에 없었다.3)
그러나 이와 같은 이유로 '하나님의 아들들'을 '천사들'로 볼 수 없다는 논거에는 다음과 같은 반론이 제기된다.
(1) '하나님의 아들들'을 '셋 계통의 경건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근거로 언급한 성경 본문들은 창세기 6장 2, 4절의 '하나님의 아들들'과 문자적으로 같지 않다. 창세기 6장 2, 4절에서 '하나님의 아들들'은 '베네 엘로힘'4) 이다. 그러나 신명기 32장 5절은 '바나이우', 시편 73편 15절은 '도르 바네크', 호세아 1장 10절은 '베네 엘 카이'이다.
'베네 엘로힘'은 단순한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이다. 다시 말해서, 천사들을 가리켜 '베네 엘로힘'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2)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의 좋아하는 자로 아내를 삼았기 때문에 죄를 범했다고 한다면 '사람의 딸들' 역시 죄를 범한 것이다. 왜냐하면 "아내를 삼았다"라는 것은 구약시대에 일반적으로 결혼을 뜻하는 관용적 표현이다(출 6:25 ; 민 12:1).
결혼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합의적인 것이다. 따라서 결혼에 동조한 '사람의 딸들' 역시 범법자이다. 뿐만 아니라 죄를 범한 천사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심판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큰 심판의 날까지 유보되었을 뿐이다(마 25:41 ; 고전 6:3).
또한 성경에서 죄를 범한 천사들이 이미 심판을 받은 경우가 베드로후서 2:4과 유다서 1:6에 언급되어 있다. 이 책(베드로후서, 유다서)의 저자들이 '큰 날의 심판까지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에 갇힌 천사들'에 관한 내용을 어디서 인용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위경(Pseudepigrapha)인 '에녹서'(Enoch)에서 인용했다고 본다. 에녹서에는 타락한 천사들의 타락과 이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 상세하고도 장황하게 보도된다.5)
그러나 베드로나 유다가 '실례'(illustration)로서 그것을 사용했다고 해도 그것이 역사적 사실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한 내용이 위경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비역사적인 것으로 단정해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한 가지 명백한 것은 베드로나 유다가 이 위경의 내용을 인용한 것은 이 위경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독자들이 자신의 의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즉 사도 요한은 헬라인들에게 그리스도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이해하기 용이하게 헬라 사상 가운데 있었던 '말씀'(헬, logo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요 1:1, 4), 바울은 아덴의 아레오바고 광장에서 설교할 때 하나님을 변증하기 위해 이교 시인 에피메니데스(Epimenides)의 4행시 크레티카(Cretica)와 아라투스(Aratus)의 시 '패노메나'(Phaenomena)를 인용하였으며(행 17:28), 디모데후서 3장 8절에서는 외경(Apocrypha)과 위경에 자주 나타나는 일화를 사용하였다.
이 천사들의 죄는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유 6) 것이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이 범죄한 천사들을 "용서치 아니하시고"(벧후 2:4) "큰 날의 심판까지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에 가두셨(으며)"(유 1:6)다. 그런데 타락한 천사들이 모두 갇힌 바 된것은 아니다.
타락한 천사들 가운데 자유로운 악한 천사들은 '사단'(Satan)을 중심으로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 타락한 천사들 가운데 어떤 천사들 만이 '흑암'에 갇히게 되었는가?
바클레이(W. Barclay)에 의하면 천사들의 타락에는 '두 가지 계열의 전승'이 있다. 첫째는 '오만함'에 기인한 타락이고 둘째는 '욕망'에서 유래한 타락이다. 전자는 루시퍼(Lucifer)와 그 추종자들에게 관한 것(사 14:12 ; 눅 10:18)이고, 후자는 육체를 가진 여인들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자기의 처소를 떠난 천사들에 관한 것이다(창 6:1-4). 그런데, '오만함'으로 타락한 사단과 그의 추종자들은 '지옥'에 갇히지 아니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활동하고 있다(마 4:1-11 ; 눅 10:18-19 ; 요 13:2, 27 ; 벧전 5:8 ; 계 12장 ; 13:1-4 ; 20:1-3, 7-10).
그렇다면 '지옥'에 갇힌 천사는 바로 교만의 죄가 아닌 욕망의 죄- 본성을 거스린 죄 -로 타락한 천사들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욕망의 죄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 구절(6절)이 에녹서에서 인용한 것이라면, '욕망의 죄'란 '천사들이 땅에 내려와 여인들과 성관계를 맺은 것'이다.
6) 유다서 7절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유다서 7절은 창세기 19장(1-29)에 기록된 소돔과 고모라와 그 이웃 도시들의 멸망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소돔과 고모라와 그 이웃 도시들도 저희와 같은 모양으로 간음을 행하며 다른 색을 따라 가다가 영원한 불의 형벌을 받음으로 거울이 되었느니라 (유 7)
위의 구절에 의하면, 소돔과 고모라와 그 이웃 도시들이 형벌을 받은 것은 '간음'과 '다른 색을 따라 가는' 죄악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죄악은 '저희와 같은 모양으로' 행하여진 것이다. 여기서 '저희'(헬, toutois)란 남성 3인칭 복수 대명사로서 '천사들'을 가리킨다.
그러나 렌스키(R. C. H. Lenski)는 '저희'와 관련된 것은 '천사'(5절)가 아니라 '믿지 아니한 이스라엘 사람들'(6절)이라고 주장한다. 즉, 그의 주장은 '저희와 같은 모양으로'가 수식하는 것이 '간음을 행하며 다른 색을 따라가다가'가 아니라 '불의 영원한 형벌을 받음으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돔과 고모라와 그 이웃 도시들도 저희와 같은 모양 곧 '천사들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멸망한 것과 같이 영원한 불의 형벌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저희'는 '믿지 아니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천사들'에게도 관련된다.
왜냐하면, 천사들도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에' 갇히는 '형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저희와 같은 모양으로'가 수식하는 것은 '불의 영원한 형벌을 받음으로'가 아니라 '간음을 행하며 다른 색을 따라가다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5절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멸망한 것은 '믿지 아니하는' 죄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소돔과 고모라와 그 이웃 도시들이 지은 죄 곧 '간음을 행하며 다른 색을 따라가는'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저희'는 5절의 '믿지 아니하는 자들'이 아니라 6절의 '천사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박윤선은 "'다른 색'이란 말은 '다른 육체'(헬, sarkos heteras)란 뜻이니, 천사들은 '육체'가 아니므로 '다른 색'이란 말을 그들과 대조시킨 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천사들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결혼도 하지 않고 신체도 가지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의 몸을 취하거나 육체로 나타났다. 창세기 19장에 보면,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들이 소돔을 방문했을 때, 그 도시의 사람들은 동성애에 심취한 나머지 천사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여 그들을 '상관'(히, yada)하려고 하였다(창 19:5). 그러므로 박윤선의 논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물론 '다른 육체'를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들'로 보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7절의 "다른 색을 따라간다"는 표현은 소돔에 온 '천사들'을 그 도시의 사람들이 '상관'하려고 했던 행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소돔이 멸망한 이유는 이와 같은 행위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이 이와 같은 행동을 하기 전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멸망하기로 이미 작정하셨다(창 18:20-21).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은 소돔 백성들 뿐이다(창 19:4-5).
그런데 유다는 7절에서 소돔 뿐만 아니라 고모라와 그 이웃 도시들도 "다른 색을 따라가다가 영원한 불의 형벌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다른 색을 따라간다"는 표현은 로마서 1장 27절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성관계'(동성애)를 말하는 것이다.
결국 유다는 "저희와 같은 모양으로"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천사들'과 '소돔과 고모라와 그 이웃 도시들'이 같은 종류의 범죄- 소돔과 고모라와 그 이웃 도시들의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다른 육체와 성관계를 맺기를 원한 것과 천사들이 땅에 내려와 여인들과 성관계를 맺은 것-를 통하여 멸망당하였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베드로후서 2:4과 유다서 1:6의 '흑암에 갇힌 천사들'은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나 '땅'에 내려와서 '사람의 딸들'과 성관계를 맺은 천사들일 것이다. 이 천사들을 창세기 6장에 나오는 '하나님의 아들들'로 볼 경우 즉 '사람의 딸들'을 아내로 삼은 '하나님의 아들들'이 유다서 6절의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 천사들'로 볼 경우 일시적으로나마 그들은 '큰 날의 심판까지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에 갇히는' 심판을 이미 받은 것이다.
(3) '하나님의 아들들'을 '천사들'로 본다고 해서 죄악사가 인류 타락사가 아닌 천사 타락사로 돌변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의 좋아하는 자로 아내를 삼기 전에 이미 타락했다(창 3:6 ; 창 4:8 ; 23 등). 이 사건은 인류 타락사가 천사 타락사로의 변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죄의 증가와 다양성7)을 보여 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의하여 뒷받침 된다.
즉 홍수 심판의 원인은 '하나님의 아들들' 곧 천사들의 타락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죄악"(창 6:5) 때문이었다.
(4) 생식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식 능력 즉 성적 능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천사들은 일상적으로는 육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육체적인 형상을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돔을 찾았던 두 천사는 인간의 육체를 가졌으며, 이에 소돔 백성들이 그들과 상관[sexual intercourse]하기 위해 롯의 집으로 몰려들었다(창 19:1-5).8)
히브리 전통에 의하면 천사들은 '상위의 천사들'(higher angels)과 '하위의 천사들'(lower angels)의 두 종류로 나뉘는데 상위의 천사들은 생식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필리핀의 한 소녀는 천사에 의해 성희롱을 당했으며, 중국에서는 귀신들에 의한 성적 희롱이 아주 흔한 일이라고 한다.
(5) 하나님의 아들들을 셋 계통의 경건한 자들로 보는 견해의 가장 큰 결점은 사람의 딸들을 가인 계통의 불경건한 자들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 견해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1절의 '사람'을 일반인이 아닌 가인의 자손들로 본다. 이 경우 2절의 '사람의 딸들'은 가인 계통의 여인들이 된다.
그런데 이런 해석은 본래 일반명사인 '사람', 바꾸어 말하면 '인류'에 대해 어울리지 않는 의미를 부과시키는 것이다. 성경에서 '사람'을 일반인[인류]이 아닌 특별한 계통의 사람들로 보는 경우는 이 부분- 만약 이 귀절의 '사람'이 가인 계통의 자손을 의미한다면 -을 제외하고는 없다.
이와 같은 해석은 하나님의 심판에 있어서도 문제점을 드러낸다. 하나님의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람들'이다(6:3). 앞의 견해를 따른다면 여기서 '사람들'은 일반인이 아닌 특별한 계층의 자손 즉 불경건한 가인 계통의 자손들이 된다. 왜냐하면 1, 2절의 '사람'을 일반인이 아닌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로 보았기 때문이다.9) 그러므로 결국 심판을 받는 것은 인류가 아닌 불경건한 자들 곧 가인 계통의 후손들이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의 심판이 불경한 계층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고 기술하지 않는다. 성경은 하나님의 심판이 노아와 그의 식구를 제외한 전 인류에게 미쳤다고 보고한다(6:7). 그러므로 본문에서 말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이 아닌 전 인류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볼 경우, '사람의 딸들'은 가인 계통의 불경건한 자들에게서 태어난 딸들이 아니라 말 그대로 평범한 인간의 딸들이다. 물론, 하나님의 백성과 이방인들의 구별은 성경의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본 단락의 '사람의 딸들'처럼 평범한 의미를 함축하는 단어를 가지고 그와 같이 의미화된 어구로 표현되는 식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한편, 모리스는 "단순히 신자들과 불신자들이 결혼했기 때문에 온 세상이 완전히 타락하게 되었다고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한다.
c. 만신전의 일원들
'하나님의 아들들'이 '만신전의 일원들'(gods within the pantheon)이라는 견해는 이교도 신화(pagan mythology)가 그 이야기의 배후에 숨겨져 있다라는 생각에서 수립되었는데 이러한 표현은 라스샤므라 사본과 아르슬란 타쉬에서 발견된 B.C. 8세기 경의 것으로 보이는 가나안의 주술문에 바로 이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어 있다.
이교도들의 신화에서는 신들과 이 세상의 여자들 사이의 성교(intercourse)와 같은 이야기들이 흔히 있다. 실제로 우가릿(Ugaritic)에서는 '신(들)의 아들들'이 만신전(pantheon)의 구성원들로 간주되기도 한다. 우가릿의 새벽의 전설(Ugaritic legend of the Dawn)에서는 만신전의 최고 신인 '엘'(El)이 두 명의 여자들을 유혹한다.
신과 인간 여자들과의 이러한 결합으로 비너스(Venus)에 해당하는 여신들이 된 듯한 '새벽'(Dawn)과 '황혼'(Dusk)이 탄생한다. 길가메쉬의 영웅(The heroic figure of Gilgamesh) 또한 그와 같은 결합에 의한 자손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같이 이교도들에게 있어서 신들은 신과 인간 사이의 결합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어떠한 초인간적인 개인이나 거인은 이교도들에게 있어서는 어떤 종류의 희한한 기원에서 유래한 고대 사람들을 시사한다. 결국 '하나님의 아들들'이 '만신전의 일원들'(gods within the pantheon)이라는 견해는 거인들과 유명한 사람들이 신적인 기원을 가지고 있다는 이교도적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d. 군주들 혹은 왕족
"하나님의 아들들"이 '군주들'이라는 해석은 A.D. 2세기 중엽에 유대인의 해석을 통하여 소개되어진 것으로 통치자들이나 재판관들이 때때로 '신들'로 언급되어진 사실에 근거한다(출 2:6 ; 22:8 ; 삼상 2:25 ; 시 82:1).
이 견해는 천사들이 성교를 탐닉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입장의 학자들에 의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으나 비록 통치자가 흔히 '신'으로 지칭되기는 하였지만, 그 자녀가 '신의 아들' 혹은 '하나님의 아들'로 언급된 적이 없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반론이 제기된다.
또한 설령 '하나님의 아들'이 군주를 뜻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하더라도 큰 난제가 하나 등장한다. 즉 군주의 자녀와 평민의 자녀가 결혼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심판을 초래할 정도의 엄청난 죄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 가인의 후손들
에스린저(L. Eslinger)은 가인(Cain)의 후손인 라멕(Lamech)이 일부다처주의자라는 4장 19-24절과 5장의 셋의 후손들이 아들들과 딸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근거하여 "하나님의 아들들"은 가인의 후손들이고 "사람의 딸들"은 셋의 후손들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그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이브(Eve)의 원죄(창 3:6)10)를 반복했기 때문에 그들은 사악한 계통 즉 가인의 후손과 관련되어지는 것이 틀림없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에스린저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지지받을 수 없다.
(1) '하나님의 아들들'이란 표현은 '천사들'(시 27:1 ; 욥 1:6 ; 2:1 ; 38:7) 또는 '성도들'(신 32:5 ; 시 73:15 ; 호 1:10)에 한해서만 사용되었을 뿐 가인의 후손과 같이 불경건한 자와 관련되어 사용된 적이 없다.
(2) '하나님의 아들들'이 이브의 원죄를 반복했기 때문에 그들을 사악한 계통의 사람들과 관련시키는 것은 합당치 못하다. 에스린저의 주장대로 한다면 다윗(David) 역시 이브의 원죄를 반복했기 때문에(삼하 11:2-4)11) 사악한 계통의 사람이다. 그러나 성경은 다윗이 하나님의 택한 자로(삼상 16:12 ; 시 89:19-20) 경건한 계통인 셋의 후손임을 밝히고 있다(눅 3:31-38).
f. '천사'와 '군주'가 결합된 인물
'하나님의 아들들'을 '천사와 군주의 결합'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Ross, Clines)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처소를 떠난 타락한 천사들이 군주들과 용사들 및 강한 사람들 안에 거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다니엘 10장 13절, 20절 그리고 에스겔 28장 11-19절을 든다.
단 10:13, 20에서는 미가엘이 강력한 영들, 즉 땅의 왕들과 왕국들의 배후에서 그들을 지배하는 '군장들'과 더불어 싸웠으며, 겔 28:11-19에서는 두로 왕이 예언자의 마음에 사탄, 즉 기름부음받은 그룹으로 연상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하나님의 아들들'을 '타락한 천사들'로 보고, '타락한 천사들'이 하늘나라 군대와 싸울 싸움에 대비하여 군대를 증원하기 원하여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생식의 힘을 활용하고, 그것을 그들의 목적에 맞도록 부패시키기로 결심하였는데 이러한 전략은 신약 당시에 흔했던 귀신에게 사로잡히는 것[귀신들림, demon possession]과 비슷한 기술의 수단에 의하여 실천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귀신에게 몸이 사로잡힌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게 됨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여자들을 아내로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천사들이 생식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천사들'과 '인간들' 사이의 직접적인 성교가 있을 수가 없다고 본다면 신약 당시에 흔했던 귀신에게 사로잡히는 것과 비슷한 기술의 수단에 의하여 인간(군주들)의 몸에 들어간 '천사들'이 '인간들'(사람의 딸들)과 성교- 결국은 육체를 가진 '사람들'의 성교이지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사람의 딸들
'사람의 딸들'을 누구로 보느냐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누구를 가리키냐 것에 의해 좌우된다. '하나님의 아들들'을 '셋 계통의 경건한 후손들'로 볼 경우 '사람의 딸들'은 '가인 계통의 불경한 후손들'이 되며, '하나님의 아들들'을 '천사들'이나 '천사와 군주가 결합된 인물'로 볼 경우 '사람의 딸들'은 말 그대로 '인간의 딸들'이 된다. 만약 '하나님의 아들들'을 군주들 혹은 왕족으로 볼 경우 '사람의 딸들'은 '평민의 자녀'가 된다.
그런데,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을 무엇으로 보느냐는 아쉽게도 '네피림'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네피림'은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네피림'은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혼합으로 인해 출생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땅에 '있었던' 존재들이다(창 6:4).12)
다. 홍수 이전에 존재했던 한 거인족
'네피림'은 단지 홍수 이전에 존재했던 한 거인족일 뿐이다. '당시에'(in those days)라는 말이 그것을 뒷받침해 준다. 즉 네피림은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을 취할 때, 이미 '땅'에 '있었던' 존재들이다.
그런데, 네피림이 신체적으로 장대한 '거인들'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민 13:21 이하에 보면 이스라엘 정탐꾼들이 모세의 명을 받아 사십일 동안 가나안 땅을 탐지하고 와서 보고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의 보고에 의하면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었다(민 13:32). 물론 그들의 보고처럼 그 땅에 거하는 모든 백성이 다 신장이 장대한 자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 3:11에 언급된 바산 왕 "옥"(Og)과 삼상 17:4에 언급된 가드 사람 "골리앗"(Goliath) 그리고 삼하 21:16 이하에 언급된 "이스비브놉" (Ishbi-Benob, 16절), "삽"(Saph, 18절)13), 가드 사람 골리앗의 아우 "라흐미"(Lahmi, 19절) 등과 같이 그들 가운데는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정탐꾼들은 아낙 자손14)을 가리켜 네피림의 후손이라고 일컬었는데(민 13:33), 이는 필시 아낙 자손의 장대함이 네피림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이는 정탐꾼들이 네피림을 거대한 신장을 가진 존재 즉 '거인들'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네피림의 신체적 장대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70인역(LXX), 벌겟역(Vulgate), 흠정역(A.V.) 등에서는 네피림을 '거인들'(헬, gigantes)로 번역하였다.
한편, '당시에'라는 것은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과 결혼을 했을 당시 즉 홍수 이전의 시대를 말한다. 네피림은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이 결혼할 '당시에' 이미 '땅'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네피림은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창세기의 저자가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배경 즉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결혼 그리고 그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경고,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에 대하여 설명하는 가운데 네피림의 존재를 언급한 것은 네피림이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과 어떠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된다.
네피림과 이들과의 관련성은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1) 신체적 유사성 : 4절에 의하면, '사람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은 "깁보림"이였다. '깁보림'은 주로 '거인', '용사', '장수' 등의 의미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베스터만은 '네피림'과 '깁보림' 둘 다 거인의 기원을 다루는 것으로 취급하였으며 틴들 주석 또한 둘 다 거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았다. 70인역(LXX)도 "깁보림"을 '거인들'(헬, gigantes)로 번역하고 있다.
(2) 행위 또는 성격의 유사성 : 본 논문 "Ⅱ. 네피림의 어원에 대한 연구"에서 "많은 학자들이 네피림을 '타락한 자들'로 규정, 이들을 '압제자', '난폭군', '훼방자' 등으로 보고있다."고 언급했다. '깁보림' 역시 당시 세상을 지배하던 힘세고 강한 영웅이었거나 압제자였을 것이다.
(3) 적대성 : '깁보림'이 '용사'요 '유명한 사람'으로 불리워진 것은 '네피림'을 대항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네피림'과 '깁보림'은 서로 적대적 관계에 있었다.
Ⅳ. 결론
네피림의 어원을 '나팔'로 보는데는 학자들 간에 거의 이견이 없다. 다만 '나팔'의 의미를 놓고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나팔'의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이다.15)
그렇기 때문에 '나팔'을 "떨어지다"(fall)의 의미로 보고 이러한 원어의 뜻에서 유추 해석하여 네피림을 '하늘로 부터 떨어진' 타락한 천사들을 가리킨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그 보다는 네피림을 '타락한 자들'로 규정하고 이들을 '압제자', '난폭군', '훼방자' 등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나팔'을 '떨어지다'(fall)로 해석한다고 할찌라도 그것이 반드시 '하늘로 부터 떨어진'의 의미로만 볼 수는 없으며, 또한 타락한 천사들이 천상에서 떨어져- 내려온 것이 아니다- '땅'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한 족속을 이루어 살았었다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네피림'의 기원에 관해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진다 : (1) 타락한 천사들 (2)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들 (3)홍수 이전에 존재했던 한 거인족.
이 가운데 (1)항의 경우는 앞에서- 네피림의 어원 -언급한 바와 같이 그 가능성이 희박하며, (2)항의 경우 역시 그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그 이유는 창 6:4의 문맥상 '네피림'이 '태어난' 존재들이 아닌 '있었던'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3)항의 경우가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네피림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단지, 이 연구를 통하여 밝힐 수 있는 것은 네피림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팔레스틴을 정복할 때 듣고 보았던 아낙 자손들의 조상으로서(민 13:33) 홍수 이전에 존재했던 한 거인족이라는 사실 뿐이다.
그러나, 네피림이 신체적으로 장대한 "거인들"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스라엘의 회의적인 정탐꾼들이 거인들의 존재에 대하여 말했는데, 그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나안 정복을 시도해 보지 못했던 이유들 가운데 하나이다(민 13:28, 33).
특히 정탐꾼들은 아낙 자손을 가리켜 네피림의 후손이라고 일컬었는데(민 13:33), 이는 필시 아낙 자손의 장대함이 네피림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이는 정탐꾼들이 네피림을 거대한 신장을 가진 존재 즉 "거인들"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참고문헌
1) Gleason L. Archer, Encyclopedia of Bible Difficulties (Grand Rapids: Zondervan Publishing House, 1982), pp. 79-80와 「성서대강해 :창세기(上)」 영암저서 편찬위원회 편 (안양: 성결교신학대학교 출판부, 193), p.117를 보라.
2) 웹(Web) 상에서의 원어[히브리어, 헬라어] 표기가 불가능해 英音으로 표기함. 히브리어는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읽음.
3) 이러한 견해에 대하여 모리스(Henry M. Morris)는 "아내를 삼는지라"(taking a wife)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결혼을 뜻하는 표현이 아님을 지적한다. Henry M. Morris, The Genesis Record (Grand Rapids: Baker Book House, 1991), p. 167.
4) 이 용어는 구약 전체를 통틀어 5회(창 6:2, 4 ; 욥 1:6 ; 2:1 ; 38:7) 등장한다.
5) Enoch 6:-10:15. [Old Testament Pseudepigrapha]
6) Enoch 6:1-2. [Old Testament Pseudepigrapha]
7) 베스터만(C. Westermann)은 이 사건을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인간의 타락, 4장 2절에서 16절까지 기록되어 있는 가인의 범죄, 그리고 11장 1절부터 9절까지 기록되어 있는 바벨에서의 반역 사건들과 함께 죄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하나님이 정하신 질서와 한계에 대하여 3장과 4장은 개인적인 반역과 타락을, 6장은 성적 관계를 통하여, 11장은 기술 문명을 통한 반역과 타락을 제시한다고 보았다. Claus Westermann, Genesis 1-11, trans. John J. Scullion (Minneapolis: Augusburg Publishing House), pp.366-367.
8) 비록 천사들이 사람의 육신을 쓰고 나타났기는 했지만 이들이 사람과 성적으로 관계할 수는 없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그 이유는 천사들이 소돔인들과 상관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소돔인들의 음란을 징벌하고 죄악을 심판했다."는 것이다. 원용국, 「창세기 주석」 (서울: 도서출판 세신문화, 1990), p.149.
9) 여기서 1, 2절의 '사람들'에게는 '불경한 자들의 딸들'이라는 의미를 부과하고 3절의 '사람들'- 하나님의 심판의 대상이 되는 -에게는 '일반인'[인류]이라는 식으로 동일한 단어를 상이하게 해석한다면 일관성 없는 해석이 된다. 전계상, "창세기 6장 1-4절의 주석적 연구" (신학학사학위논문, 서울신학대학교 대학원, 1992), p.30.
10) 에스린저는 이브의 원죄를 "... saw ... good ... took ..."으로 본다. Goddon J. Wenham, Word Biblical Commentary : Genesis 1-15 (Waco: Word Inc., 1987), p.140.
11) 창 3:6과 삼하 11:2, 4을 영역본으로 비교해 보라.
12)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후손은 "깁보림"으로 이들은 '있었던' 존재들이 아니라 '태어난' 존재들이다.
13) 대상 20:4에는 '십배'(Sippai)로 소개되어 있다.
14) 여기서 아낙 자손은 "대장부들"로 묘사되어 있는데, '대장부'라는 말은 히브리 원문에 '네피림'으로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네피림 후손'과 '아낙 자손'은 동격이 된다.
한편, 이집트의 주문(呪文) 문서(Egyptian Execration Tests)는 약 2,000년 전 팔레스틴에 한 아낙 족속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Mercer Dictionary of the Bible, s. v. "Giant."
15) '나팔'이란 동사는 구약성경에서 365회 나타나며, 매우 풍부한 여러가지 의미들을 함축한다. 「성서원어대전 : 구약편」 이병철 편 (서울: 브니엘 출판사, 1987), "(히, naphal)"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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