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성결교회 한기채 목사

본 글은 크리스챤투데이에 실린 글로서 설교에 대한 목사님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생각하여 올린 글입니다

그동안 우리들이 Nyskc Ministry를 하면서 PDP 설교연구와 성경연구를 해왔던 터라 이와 비슷한 것을 주장하는 한기채목사님의 글이 있어 그대로 올렸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듯싶어 올렸습니다


“성경이 나를 해석하게 하는 것이 설교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목회자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하고, 또 흔한 척도는 무엇일까. 옳고 그름의 당위성을 떠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설교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드물 것 같다. 목회자는 오직 설교로 말하고 설교로만 규정된다는 주장도 있으니, 이것에 기대자면 설교는 목회의 처음이자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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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는 최근 ‘지명(地名)강해’를 시도한 책 <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위즈덤로드)>를 펴냈다. 학창 시절 ‘지리를 지지리도 못했다는’ 한 목사가 성경의 시작인 에덴에서 모세가 생을 마감한 느보산까지를 지도와 명화, 실물 사진 등을 곁들여 성도들에게 전달한 결과물이다.


한기채 목사는 “성경에 나오는 대부분의 지명들은 그곳에서 일어난 의미있는 사건들을 설명하고 있다”며 “사건이 지명이 되고, 지명이 사건을 설명해 주는 함수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말로 취지를 설명했다. 어떤 지역과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사건을 하나님 말씀 속에서 살펴보면 성경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며 더욱 현장감 있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기독교 신앙은 역사적 신앙사건에 근거하고 있고, 거기에서 인물과 현장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며 “그러므로 성경의 지리를 아는 것이야말로 성경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한 목사는 지명강해를 비롯해 설교 전반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지명강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생소하죠(웃음)? 말이 되는지 다들 걱정했는데, 추천해준 구약 교수들이 말이 된다고 해서. 설교자는 이전의 신앙 사건을 오늘에 재현하는 게 목표인데, 그때의 감정과 느낌, 체험을 공감하도록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 말씀이 허공에다 준 게 아니고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서 실제 삶의 문제 가운데 주어졌으니, 일기나 날씨, 지역특색, 문화 등이 성경에 녹아들어 있잖아요.


그리고 명화(名畵)들을 보여줍니다. 옛날 작품들은 주로 신화나 성경 내용들이 많잖아요. 우리가 얘기하는 성경 사건들은 그림으로 거의 다 나와있어요. 그 좋은 그림들을 보여주고, 설명해 줍니다. 천지창조만 해도 그림으로 보면 평면예술로 성경 전체를 얘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오아시스>라는 영화도 넣은 적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곁들이면 교인들도 좀더 흥미가 있지 않겠나 해서 시작했습니다.”


모판(설교 카드)에서 수십가지 설교 ‘자라는 중’

-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 설교 방식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자꾸 듣고 싶어하는데, 설교라고 하면 지시받는 것처럼 느껴져서 싫어하잖아요. 그 다음에는 ‘쇼앤텔(show & tell)’, 실물을 보여주고 말하는 거죠. 저는 설교를 시리즈로 많이 하는데, 이건 지명 시리즈인 거죠. 예전에는 강해 설교를 많이 했는데, 진도도 안 나가고 좀 지루해요. 연속성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한 주제로 관통할 수 있는 걸 찾죠. 비유 시리즈, 이적 시리즈, 질문 시리즈….


이번 주일 설교를 이번 주일에 하는 게 아니라, 한 시리즈가 50개라면 한 번에 준비하죠. 요새는 컴퓨터로 정리하지만, 저는 주제별로 ‘설교 카드’를 만들어요.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서, 묵상하다 떠오르는 관련된 부분을 주제별로 기록해 놓죠. 그 기록이 늘어나는 걸 ‘설교가 자란다’고 표현해요. 가장 충실하게 많이 자란 것들을 먼저 뽑아서 설교하는 거죠. 모판에서 수십가지 설교가 한꺼번에 자라고 있는 거에요.”


-설교를 하실 때 예화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십니까.


“예화를 많이 쓰는 성격은 아니에요. 본문에 좀더 충실할 수 있는 자료들을 보여주죠. 예화는 가능하면 저의 체험이나 제 주변에서 실제 목격한 것들, 좀더 생생한 걸 발굴하려고 해요. 기존 예화집에 있는 내용들은 활용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교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계발해서 그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게 해야죠. 설교의 목적은 청중들이 은혜받고 감동하고 변화받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전달 방식에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우리는 본문에 대해서만 자꾸 생각해요.”


준비한 것 일방적 주입시키기보다 청중과의 소통이 중요

-목사님이 추구하시는 설교는 어떤 설교인가요.


“텔링 앤 리텔링(telling & re-telling), 말하고 또 말하고 다시 말합니다. 설교가 자란다고 아까 말씀드렸는데 주일에 설교를 4번 하면서 조금씩 고쳐요. 설교 중간에도 영감이 막 떠오를 때가 있잖아요. 저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시는 스팟(spot)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원고를 쓰지만, 원고를 보고 설교하지 않습니다. 본문을 20-30번 계속 읽으면서 몸에 배게, 거의 암기할 정도로요.


제가 준비한 걸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보다, 청중을 보면서 소통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준비한 설교를 한 70% 정도 하는 것 같아요. 30%는 현장에서 청중들 반응이나 현장에서 주어지는 말씀들로 채워지죠. 제가 전하려는 것보다, 그들이 들어야 할 말씀이 더 중요하잖아요. 성령님이 인도하시는 부분을 따르기 위해 원고를 안 봐요. 그 흐름을 중시하면서 따라가요.”


-그런 방식으로 설교하시다 보면 흐름을 잘못 타거나 샛길로 빠지는 경우도 생기지 않는지요.


“물론 오늘 얘기하려는 방향과 주제는 분명하게 설정돼 있죠. 하지만 청중들과 같이 가야죠. 따라오지도 않는데 혼자 가지 않겠다는 거에요. 어떤 때는 청중들이 준비되지 않아서 서론을 더 많이 해야 할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생각보다 잘 따라와서 스킵(skip)하고 빨리 나갈 때도 있어요. 청중과 저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요. 그들을 이끌고 목적하는 바로 나아가려는 것입니다. 흥미 위주로 타협하는 게 아니고, 과정 중에 주시는 영감을 느끼면서 설교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토요일에 설교 준비가 끝나면 원고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거기서 객관화시키고 빠져나와요. 거기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성령님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갈 준비를 합니다. 그래서 설교에 임할 때 컨디션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토요일에는 일찍 자요. 정신상태나 영적·육체적으로 민감하게, 모든 면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요. 주일에는 그냥 빈 상태로 나갑니다. 나가서 인도하시는 대로 하겠다는 뜻이죠. 다 준비해서 올라가지만, 그것조차 성령님이 인도하시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제 설교나 사역에 들어오실 여지를 남겨드려야죠.”


-설교는 그래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을 조리있게 전하는 게 아니라, 성령의 영감을 따라 성령님이 절 쓰시는 게 설교에요. 그런데 우리는 너무 열심히 잘 준비하다 보니 하나님이 들어오실 창문이 없어(웃음).

많은 말씀 듣고 변화 오는게 아니라, 꼭 들어야 할 말씀 들으면 변화


저도 제가 준비한 게 귀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하, 사람들이 은혜받고 변화되는 건 내가 준비한 걸로는 안 되고 그 이상이 필요하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그렇게 맡기면서 하면 역사가 일어나요. 제가 준비하지도 않은 얘기를 설교에서 듣는 거죠. 그러면 저 자신도 설교하면서 은혜를 받아요. 그러고 나서 써 놓고, 설교는 그래서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다시 보강돼서 또 들려요.


너무 새로운 걸 많이 하니 하나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지나가잖아요. 너무 바쁜데 너무 많은 설교를 해요. 청중들이 많은 말씀을 들어서 변화되는 게 아니라, 꼭 들어야 할 말씀을 들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What’s New?’, 이걸 듣고 무슨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답이 뚜렷이 안 들리면 아직 잘 익은 게 아니야. 자기부터 정리가 돼야죠. 10-20년 나온 교인들은 주보 읽고 기대가 없으면 안 듣습니다. TV도 1-2분 안에 채널 바꾸는 시대인데, 더 깊이 파서 감춰진 새로운 것을 발굴해내야죠. 오래 듣던 말씀이면서도 새로운 말씀이 돼야 하는게 참 어렵습니다.”


-사회윤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고 기독교윤리학회장을 역임(2005-2006)하셨는데, 설교에서 윤리의 비중은 어느 정도가 좋은지요.

“기독교 윤리학을 공부하면서 윤리가 이론적이고 철학적이어서는 생활이 안 따라오고, 사람은 감동이 돼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통해 성품을 계발해 주고 도덕성을 심어주자는 게 학위논문 주제였죠. 그래서 설교의 기본 스타일이 ‘내러티브 프리칭(narrative preaching), 상담도 이야기로 윤리도 이야기로. 쉽게 하면서도 실제로 신앙을 생활화하는 게 목적이잖아요.


윤리적인 설교 아닌, 예수님처럼 사는 방법을 설교해야


예수님도 ‘개념’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는 거에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보세요. 이론적으로 얘기하지 않아도, 누가 이웃입니까? 들으면 우리 성품에 아, 하고. 사실 동문서답이잖아요. 설교는 성경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성경이 나를 해석하게 해야 합니다. 거울처럼 나를 비춰주는, 성경이 나에게 세상 보는 눈을 가져다주는 유리창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설교자이죠. 그게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힘이에요. 성경이 나를, 세상을 해석할 안목을 열고 변화를 일으키는 게 설교입니다. 언어를 통한 것이지만,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죠.”


-한국교회 설교가 윤리적이기만 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만…….


“저는 윤리학자이지만 ‘윤리적인’ 설교는 하지 않습니다. 목표는 ‘예수처럼 사는’ 거죠. 윤리를 설교하는 게 아니라 신앙의 생활화, 어떻게 예수님처럼 사느냐.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구원),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성화)이 신앙생활의 2가지 목표잖아요. 일반 윤리가 아니라 각 분야에서 어떻게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삶을 살 것인가. 이를테면 환경·생명·의료·동성애 등을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성경적으로 해석해내야 우리 삶이 달라집니다. 말만 믿는다고 하지 일반 세속적 가치관대로 살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이게 기독교 윤리적인 접근이고, 결국 기독교 윤리는 신앙의 생활화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면에서 보면 신앙의 생활화이면서도 안 믿는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한 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살면 크리스천들 뿐만 아니라 세상이 훨씬 좋아진다는 거죠. 또 그렇게 인도하다 보면 그들도 신자가 될 수 있죠. 그런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꾸면, 사람들이 크리스천이 되고 되고 나서 믿음생활을 하는데 좋은 토양이 마련되는 게 기독교 윤리가 하는 작업입니다.


설교자는 가능한 혼자만의 시간 많아야… 선택과 집중 필요


책을 일반 출판사에서 낸 이유도 그런 거에요. 세속 세계에도 일종의 교양서적처럼, 기독교를 아는 것도 일종의 교양이잖아요. 모델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입니다. 책에 라파엘, 렘브란트 그림도 있고, 자기도 모르게 스며들도록. 전면적으로 내세우면 거부감 일어나니까 일단 들어오게 해야죠. <헨델이 전한 복음>을 쓴 이유도 그런 거였어요. 일반 사람들도 헨델은 다 알고 메시야는 한번쯤 들어봤잖아요.”


-마지막으로, 동역자가 없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새벽기도까지 설교를 한 주에 많게는 10번 정도 해야 하는데, 그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설교가는 창조적인 상상력이 굉장히 필요한 직업입니다. 가능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고, 비본질적인 일이라면 되도록 제거해야 합니다. 저는 교회에서 이 방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오라는 데 많지만 솔직히 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아니에요. 자르고 권한을 위임해서 나누고요.


바쁘시겠지만 어떻든 목사의 임무는 기도와 말씀 전하는 일이므로, 기도를 통해 말씀을 준비하고 설교에 최선을 다해 주일 낮예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준비해야죠. 충실하게 준비해서 ‘익은 설교’를 하고, 나머지는 이를테면 이미 자료들이 많이 제공된 설교를 활용해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 것들을 선택하면 좋습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가능하지,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다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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