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 포장하는 대형교회 목사들 비판한 것”
무속 종교성 있지만, 정치적 권력과 결탁 안 돼...조상에 절하는 것 민족 보편적 정서… 나도 해, 숭배로 보는 것, 보수 기독교 시각에서의 왜곡...
‘사이비 주술 정치 노름에 나라가 위태롭다’는 제목의 신학자 28인 선언문 작성에 주로 참여한 이정배 박사(감신대 은퇴)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윤석열 후보 옹호’를 강력히 비판하고, ‘이재명 후보의 조상 제사’는 두둔했다.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는 “윤석열 후보를 겨냥했다기보다,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이야기”라며 “당연히 편드는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치 권력화된 무속이 두드러지는데 대형교회 목사들이 알면서도 묵인하고 정치 권력으로 윤석열을 포장하는 행태는, 오히려 종교를 아는 사람들이 더 종교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평소 무속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은 입장 아니었는가’ 하는 물음에는 “무속 자체에 종교성이 있지만, 그 무속이 정치화되고 정치적 권력과 결탁될 때 우리 어떤 피해가 있는지, 모든 종교가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그런데 이번에 무속이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종교의 긍정적·부정적 면이 있고 무속의 종교성을 긍정하지만, 그 무속이 본래적이 아닌 정치권력화된 것이 어떤 종교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이라는 이재명 후보도 조상신에게 절했다’는 지적에는 “조상신에게 절한 것은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이다. 저도 예배 안에 포함해서 절을 하고 있지만, 그 절은 조상신 숭배와는 다르다”며 “이는 조상에 대해 예를 표하는 것이고, 숭배로 보는 것은 보수 기독교 시각에서의 왜곡이지 누가 숭배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박사는 “저는 신학자이고 목사이지만, 조상에 대한 예의를 표하면서 예배 의식 속에 제사를 드리고 절도 하고 기도도 하고 하나님께 조상과 더불어 기도하는 일들을 하는 것”이라며 “종교의 본질과 현상을 구분해서 보되, 종교가 본질로부터 너무 어긋나서 국가 권력을 탐하는 못된 모습을 보이고, 그런 권력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축복했다는 것은 기독교의 본질로부터 벗어난 아주 못된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권력을 탐한 무속인들을 질타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런 측면도 있다”면서도 “본질로부터 벗어난 무속이 권력의 도구와 시녀가 되고, 나아가 권력을 탐하는 비본질적인 면을 질타하지만,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한 기독교 보수권 대형교회 목사들의 작태”라고 했다.
이정배 박사는 “무속과 주술은 동전의 양면이다. 무속이 타락할 수 있고, 기독교도 타락할 수 있다. 이번에는 둘의 타락이 함께 엮인 사건”이라며 “무속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근본적으로 하늘 경험과 종교적 경험을 끊임없이 가져다 줬기 때문에 부정하진 않지만, 실행하는 사람들이 주술인이 되어 그걸 매개로 사람을 사사화하고 욕망화하고 정치적 술수로 만들어 사람들을 이리저리 꼼짝 못하게 만들고, 정치가들이 그 놀음에 따라 건물도 옮긴다는 식의 이야기가 명료한 대명천지에 음으로 양으로 오간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12월 10일 경주 이씨 시조 발상지에서 조상에게 절하는 모습. ⓒ유튜브 온마이크 캡쳐
그는 “조상신에게 절한 것이 아니라 조상들에게 예를 표한 것이다. 오늘의 내가 있기 위해선 아버지 어머니가 있어야 하고, 그 아버지 어머니가 있으려면 또 아버지 어머니가 있어야 한다. 그 2-3천만 명 중 한 사람이라도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없는 것”이라며 “오늘의 나를 있게 했던 육체적 근본이고 더 위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고 답했다.
또 “조상신을 숭배한다기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육체의 존재 근거가 조상이기 때문에 예를 표하는 것이기에, 기독교인들이 조상들에게 얼마든지 절할 수 있다”며 “절이라는 것은 ‘나를 줄인다, 작게 만든다’, 배추가 절이면 작게 되듯 나를 줄이는 것이다. 숭배로 몰아가는 것은 보수 기독교의 이념일 뿐, 이는 우상숭배가 아니다. 유교인들 중에서는 우상숭배처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원래는 자기의 근본에 대한 감사와 찬양의 추구”라고 주장했다.
하늘궁 건립 등 신격화 논란이 있는 허경영 후보에 대해선 “우리가 상관할 것도 없다. 그런 사람한테 우리가 주목하고 대꾸할 필요가 있느냐”며 “우리 사회에 영향을 크게 주는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조상에 절하는 것과 신사참배와의 차이에 대해선 “신사참배야 일본의 권력 앞에서 우리가 한 것이지, 조상이 무슨 권력인가”라며 “질문이 옳지 않고, 정당한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 예의도 아니다.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 박사는 “신사참배는 일본의 권력 앞에서 사람들이 강제로 굴종하는 것이고, 조상들 앞에서는 자발적으로 예를 표하는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하는 건 괜찮다”고 했다.
이에 ‘자발적 신사참배’는 괜찮은지 묻자, “신사참배를 누가 자발적으로 했는가? 일본이 시키니까, 총칼 앞에서 했다. 몇몇 친일파 외에 누가 자발적으로 했겠는가.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가”라며 “일본에서는 자기네 권력이니 자발적으로 했겠지만, 그걸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교해서야 되겠는가”라고 항의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온갖 잡신들이 많은 미신 국가이다. 일본이 얼마나 많은 정령 신앙을 갖고 있나. 아기가 죽으면 아기 신이 있다고 하는 섬나라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WCC 초혼제에 대해 질문하자 “오늘의 본질적 문제만 갖고 이야기하라”며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전화해서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해선 안 된다”고 답하고 통화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