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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비


추색(秋色)의 열기에 놀랐는지

자연 발화된 산야(山野)에

오색 산불 끄려고

비가 내립니다

헌데,

그불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더 활활 타고 있으니

색감만 더욱 짙어지고 있네요

가녀린 손목에 힘이 다하면

허공으로 굴러떨어져

검붉은 나목(裸木)바라보며

함께 나뒹굴게 될 텐데요

새날을 재촉하는 가을비

겨울지나 새봄

새로운 만남을 축원하는

가을 눈물의 송가(頌歌)인가 봅니다

오늘 내리는 은혜

성령의 비로

촉촉이 젖고 싶네요

온몸을 담그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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