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성찬식을 위한 제언

들어가는 말


성찬은 하나님의 자비로운 성품에 기초하여 자신의 백성에게 은혜를 주시는 귀한 하나의 방편이다. 개혁교회는 성찬식 전에 장로는 구역원들을 심방한다. 목사는 성찬식과 관련하여 설교를 한다. 무언가 중요한 게 있다는 뜻이다. 혹시 우리 한국 교회는 성찬을 과거에 발생한 예수님의 골고다에서의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추도식으로 전락시키지는 않는가? 그것도 1년에 고작 2번 정도로 축소시켜서 말이다. 대신 우리는 성찬에서 슬픔에서 감사와 소망으로,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 골고다 위의 십자가에만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 하지 말고, 예수님 안에서의 창조와 이미 시작된 새 창조 및 새창조의 완성까지 바라보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1. 성찬식의 의미


성찬(the Lord's Supper)은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을 먹이시고 보존하시고, 위로하시고, 도전하시고, 가르치시고, 확신을 주시기 위해서 예수님에 의해서 명령된 물리적이며 의식적인 행위이다. 매우 풍성한 상징적인 행동으로 주님의 만찬을 축하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더 살찌우고, 하나님의 역사를 인식하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촉진시키며, 복음의 내용을 더욱 명료하게 만든다. 성찬은 여러 겹의 의미를 가진다.


먼저 성찬은 기념과 소망의 축하이다. 성찬으로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서 행하신 모든 것 중에서 특히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신 일을 기억한다. 즉 성찬은 그리스도의 전체의 삶과 사역을 감사하면서 기념하는 것이다: 창조에 간여하신 것, 베들레헴에 태어나신 것, 가르침과 기적들, 고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 성령님을 보내주심과 최종 파루시아로 임할 영원한 통치 등. 성찬은 과거와 미래의 일만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건이 우리에게 주신 정체성과 우리만 아니라 온 피조물을 변혁시킨 것을 기념한다.


또한 성찬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의 사역으로 우리와 함께 그리스도께서 실제적이고 영적으로 현존하심과 우리에게 주신 용서를 기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분이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영적인 자양분을 공급하심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하늘의 잔치에 참여하여 즐길 소망의 식사는 물론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 연합하는 것을 기념한다. 따라서 성찬은 복음의 모든 부분과 관련된다. 이 이유로 어떤 성경적 주제에 근거한 어떤 시즌의 예배와도 성찬은 적합하다. 말을 바꾸면, 다양한 교회력을 따른 다양한 예배 중에 성찬을 행한다면 그 성찬은 그리스도의 특정한 사역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강절 시에 성찬을 거행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완성된 나라의 도래를 기념할 수 있다. 수난절 시에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찬을 거행할 수 있다. 부활절 시의 성찬은 그리스도의 승리를 강조한다. 이러한 풍성한 의미를 신약 교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성찬은 자주 시행되어야 한다.


성찬은 다양하게 불리운다. ‘주의 만찬’(Lord's Supper)은 주님 자신이 성찬의 주인임을 강조하며, 초청된 손님인 성도는 그리스도에게 순종함으로 만찬을 즐긴다. ‘교제’(Communion)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성도와 나누는 친밀한 관계를 강조한다. ‘감사’라는 그리스어에서 나온 ‘Eucharist’라는 말은 주님과 제자들이 다락방에서 감사의 식사를 한 것을 반영한다. 어느 시즌에 시행되던 성찬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목회적 주제가 강조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1) 성찬은 하나님의 은혜를 축하하는 것이지, 인간의 업적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다. 성찬은 복음의 약속을 인치는 은혜의 방편이다. 축하의 힘은 우리가 열심히 그리스도의 죽음과 우리의 죄를 기억하는 것에 달려 있지 않다. 하나님의 성령님께서 우리를 먹이고 유지하시기 위해서 사용하시는 방법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성찬은 선물이다.


(2) 성찬은 목적 자체가 아니다. 성찬은 항상 하나님의 은혜와 신실함을 기념하도록 그 너머를 가리킨다. 이것은 성찬에 사용되는 축하할 때 동원되는 물리적인 측면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3) 성찬은 언약적 관계에 대한 표시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형성된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는 약속에 기초한다. 이 이유로 성찬은 주님의 초청으로 시작되고, 감사와 소망의 기도로 이어진다. 성찬은 개인적이지 않고 인격적이다. 성찬은 교회 공동체가 함께 즐기되, 자신을 돌아본 후 주님과의 인격적인 교제여야 한다.


교파와 교회 마다 성찬의 방식이 다를지라도, 대체로 지난 2000년 동안 시행된 성찬식은 몇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1) 하나님의 초청과 약속을 선언함(Declaration of God's Invitation and Promise). 이것은 성경으로부터 나온 성찬 제정사와 교훈을 통해서 분명해 진다 (참고. 고전 11:23-26). 이 선언은 주님의 성찬이 복종의 행위임과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것에 근거한 주님의 약속임을 강조한다.


(2) 감사의 기도와 성령님의 사역을 바라는 간구(Great Prayer of Thanksgiving). 감사의 기도는 역사 안에서 일하신 하나님의 특정 행동을 기념하도록 한다. 성령님의 역사를 위한 간구는 떡과 포도주 자체에서가 아니라 축하를 통해서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시키는 성령님으로부터 능력이 옴을 고백하는 것이다. (3) 빵과 잔을 준비함(Preparing the Bread and Cup). 성찬에 필요한 빵과 포도주와 같은 여러 물리적인 요소들을 준비하는 것은 성찬에로의 초청의 은혜로운 말씀에 따라서 되어야 한다. (4) 성찬 자체(Holy Communion itself). (5) 성도 편에서의 감사와 기도의 반응 (Response of Praise and Prayer).


이 요소들은 주님이 떡을 취하시고, 감사하시고, 떼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신 4개의 동사에 상응한다. 우리도 떡을 받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임을 선언하고, 하나님의 신실함에 대해 감사하고, 호의(hospitality)의 제스처와 함께 우리는 떡을 뗀다(보라. The Calvin Institute of Christian Worship에서 출판한 The Worship Source Book, 2004:305-349).


2. 성찬 예식문 실례


위에서 언급한 이론과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아래와 같이 성찬 예식문을 하나의 실례로 소개해 본다.


* 성찬에로의 초대 ................. 집례자


주님의 살과 피를 함께 나누며 영원한 생명의 대열에 서는 믿음의 성도를 이 거룩한 식탁에 초대합니다. 이전의 죄 된 것을 다 떨쳐버리고 기쁨과 소망으로 이 거룩한 식탁에 참여하시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 감사와 기쁨으로 주님 앞에 나아갑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목사님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마음을 드높여// 하나님께 올립니다.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감사를 드립시다.// 바르고 마땅한 일입니다.


* 기도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 언제 어디서나 주님께 감사드림이 지극히 당연하고도 기쁨 일입니다.// 저희를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시어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사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셨습니다. 때로는 저희가 주님에게서 멀리 떠나고 말씀의 법도에서 벗어나 살 때에도// 주님은 한결같이 저희를 사랑해 주시고 구원의 바른 길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러하기에 이 땅의 온 백성과 하늘의 거룩한 성도 또한 천군천사들과 함께 주님의 이름을 소린 높여 찬양하오니// 거룩 거룩 거룩 전능하신 하나님! 그리스도께서 몸소 저희를 위하여 생명의 양식이 되셨기에 저희가 구원의 확증을 받고 성령님과 함께 약속의 소망 속에서 살아갑니다.


* 성만찬 제정사


주님께서 당신의 몸을 내어 주시던 밤, 떡을 손에 드시고, 감사기도를 드리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 주는 나의 몸이니 먹을 때 마다 나를 기억하라.” 식후에, 주님께서는 잔을 드시고 감사기도를 드리신 후에 제자들에게 돌리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을 마시라. 이는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해서 흘린 새 언약의 피니, 이를 행할 때 마다 나를 기념하여라.”


* 기념사


오, 거룩하신 주,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 주님께서 죽음에서 다시 살아 나셔서 함께 떡을 떼실 때에,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았듯이, 저희가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실 때 마다 주님의 임재를 체험케 하셨습니다. 이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따라 찬양과 감사 가운데 저희 자신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립니다. 이 신앙의 신비를 소리 높여 찬양하오니// 그리스도께서 죽으셨다가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셨네.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리시라.


* 성령님의 임재의 기원


거룩하신 하나님, 일찍이 주님께서 세상에 보내셨던 성령님을 지금다시 보내 주시사, 진설된 떡과 포도주 위에 임하셔서, 이 식탁을 성별하여 주옵소서. 또한 성령님께서 여기 모인 저희 위에 함께 하사, 이 떡과 포도주로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 되게 하시며, 이를 먹고 마심으로 그리스도의 새로운 몸을 입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게 하옵소서.// 오, 주님, 어서 오셔서 이를 이루소서.


* 분병


이 떡이 하나이듯 여기 모인 우리도 하나입니다. 하나의 떡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한 몸에 참여합니다.// 아멘.


* 분잔


이 잔을 함께 나눌 때에도 우리는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게 됩니다.// 아멘.


* 성찬 후 감사기도


자비와 사랑이 충만하신 하나님 아버지. 저희들을 거룩한 은혜의 식탁에 부르셔서 생명의 양식을 먹여 주시며, 성령으로 기름 부으시니 감사합니다. 주님의 거룩한 살과 피를 함께 나눈 저희에게 성령의 권능으로 함께 하셔서, 죄악을 이길 믿음을 주시고, 주님의 복음을 땅 끝까지 전파하게 하시며, 천국의 거룩한 식탁에 참여하게 하옵소서. 원수의 목전에서도 상을 베푸시고 잔을 넘치게 하실 주님을 기대하오며, 주님의 마지막 오심으로 영원한 어린양의 혼인잔치에 참여할 줄을 믿고 기뻐하며 소망합니다. 구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3. 덫 붙여 실제적으로 생각해 볼 몇 가지


이상의 성찬 예식문은 하나의 모델이다. 따라서 완벽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중요하다. 이제까지의 성찬식에서 회중은 수동적으로 떡과 잔을 받아서 먹는 수동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개혁교회의 전통은 이와 사뭇 차이가 난다. 회중이 적극적으로 성찬에 참여한다.


예를 들어, 집례자 좌우편에 6개씩 준비된 의자로 성찬에로의 초대의 말씀이 선언되면, 원하는 성도는 누구든지 앞으로 나와서 앉을 수 있다. 성도를 마주대하고 12의자에 앉는 성도는 주님의 12제자 즉 교회 전체를 상징한다. 그리고 회중석에 앉아서 (주로)집사들이 나누어 주는 떡과 포도주를 기다릴 수도 있지만, 어떤 개혁교회에서는 성찬상 바로 앞에 준비된 수 십 개의 의자들에 성도들이 나누어서 나와서 앉아 성찬에 참여하기도 한다.


우리가 속한 한국의 장로교는 물론 다른 교파에서는 위에서 제시된 형식이 가톨릭적인 형태와 유사하다고 여길 수 있어 다소 의아해 하거나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16세기의 교회 개혁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려면, 反가톨릭적인 발상으로 과도하게 내버렸던 것 중에서 성경적인 것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세숫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는 법이다. 예수님이 유월절 마지막 식사를 제자들과 함께 나누신 것 그대로 우리가 재현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 뜻과 정신을 최대한 현재화 해야겠다. 이런 의미에서 위에서 제시된 이론과 실례는 한국 개신교에서 창조적으로 수용되어야 할 줄 안다.


덧붙여 그리스도의 한 몸이라는 공동체성을 강조하려면 떡을 지금 보다 더 크게 만들 것인가, 잔도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더 크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위생상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해 볼 일이다. 성찬상에 보를 덮어야 하는가, 아니면 가시적으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투명한 그릇에 떡과 포도주를 담아야 하지 않을까? 성찬 위원들은 흰 장갑을 끼어야 하는가? 식사 관습에서 나온 것이기에 장갑을 끼는 것이 더 어색하지 않는가? 집례자는 가운을 입어야 하는가? 성례식은 일반 주일 예배 보다 더 거룩하다고 생각하면 가운을 착용하는 것이 정당하지만 아니라면 그렇지 않다. 성찬 위원은 일반적으로 개혁교회의 전통을 따라 집사의 임무로 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도회원과 같이 일반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참여하여 수종들게 할 것인가도 생각해 볼만하다.




송영목

고신대 대학교회(www.daehaak.org ) 담임,

부경성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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