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에 서 있는 교회…청어람ARMC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예배'에 관한 설문 결과 분석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지난봄부터 상당수의 현장 예배가 중지되었고, 교회는 부활주일 예배를 축소 진행하거나 생략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예배'를 두고 종교의자유, 온라인 예배의 가능성 등에 관한 논란이 있었지만,
한국 사회가 방역에 성과를 거두며 '코로나 시대' 적응기에 접어들게 되자 교회는 방역 수칙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대면 예배를 재개했다.
하지만 8월 중순 이후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해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교회를 향한 적대적 사회 분위기 확산, 정부의 강경한 집합 금지 명령으로 코로나19는 지난봄보다 훨씬 더 당혹스러운 방식으로 교회를 덮치고 있다.
눈앞에 닥친 상황도 문제이지만 전문가들 경고대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교회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비대면 예배와 비대면 공동체를 준비해야 하고, 성도들의 신앙생활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온라인 예배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온라인 예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청어람ARMC(오수경 대표)는 이런 문제의식을 느꼈다. 코로나19가 우리 신앙에 미친 영향과 그 이후 성도들의 신앙생활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또 그리스도인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은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총 805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805명 중 일반 성도는 71%(576명), 목회자는 23%(188명)이었고, 가나안 성도는 5%(40명)이었다. 거주지는 서울/경기 지역이 66%(531명)로 가장 많았고, 비수도권 26%(209명), 해외 7%(63명)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신앙 경력이었는데, 96%(773명)가 10년 이상 신앙 연수를 가진 비교적 기독교 신앙이 체화된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코로나19 이후의 신앙생활,
교회에 실망과 문제의식 느껴
코로나19는 신앙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코로나가 신앙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라는 질문에 20%(164명)가 '큰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고, 49%(402명)는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신앙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의 위기, 신앙의 큰 변화, 뉴노멀(New Normal)이 나타날 것이라고 염려한 바에 비하면 70%에 가까운 그리스도인이 코로나19가 신앙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여긴 셈이다.
그러나 총 29%의 그리스도인은 변화와 어려움을 느꼈고, 특히 14%(117명)의 응답자는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고, 신앙생활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느끼는 그리스도인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 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19가 신앙생활에 끼친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교회가 가장 신경 쓰고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사회와의 소통'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응답자 중 55%(446명)가 '사회적 위기에 대처하는 교회의 모습에 대한 의문과 실망'을 신앙생활에 끼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8%(64명)가 응답한 '교회를 적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더하면 총 6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교회가 사회와 더 호흡하고 발맞추어야 한다고 느낀 셈이다.
마찬가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가장 신경 쓰고 대응해야 할 점'에 관해서도 '사회와의 긴밀한 소통, 섬김, 봉사'를 꼽은 응답자가 27%(224명), '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운영과 혁신'을 꼽은 응답자가 22%(178명)였다. 응답자 중 절반 정도가 교회 내적인 태도보다는 사회 속 교회의 이미지와 역할을 고민하며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신앙적 문제를 지적한 응답은 적었다. '예배를 비롯한 신앙의 기본기 회복'을 과제로 꼽은 응답도 22%(177명)에 불과했고, '재난과 위기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신앙적 대답의 부재'가 어렵다고 느낀 응답자는 5%(45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큰 재난이기는 하지만 과학과 의학이 대응해야 하는 문제이고, 방역 당국의 합리적 대처를 비롯해 이해할 수 있고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재난이기 때문에, 신앙적 대답이 크게 필요했다기보다는 교회의 사회적 대응에 문제의식을 느낀 측면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질문에 관해 '기타' 항목에 주관식으로 응답한 내용은 교회의 소극적이고 자기방어적 태도,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형식을 지키고자 하는 태도 등에 대한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특별히 공동체성에 대한 고민과 교회론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응답이 눈에 띄었다.
온라인 예배,
갑자기 다가온 미래인가,
드러나지 않았던 일상인가
교회는 어떻게 예배하고 있을까. 57%(464명)가 지금 출석하는 교회의 예배가 '현장 예배와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32%(258명)가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고 했으며, 온라인 예배 없이 현장 예배로만 진행하는 경우는 6%(55명)에 불과했다. 이 질문에 응답한 때가 코로나19 재확산 위기가 고조되던 시점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기는 전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90% 가까운 교회가 온라인 예배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높은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특별히 현장 예배로만 진행하는 사례 55개 중에서는 50명 이하의 교회가 42%(22명), 50~150명 정도의 교회가 34.62%(18명)를 차지했지만, 1000명 이상의 대형 교회도 10%(5명) 정도 포함되었다. 즉,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환경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소형 교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 이전과 이후의 온라인 예배에 대한 경험은 얼마나 다를까. 52%(419명)가 '코로나 이전에는 온라인 예배를 드려 본 적 없다'라고 응답했고, 18%(150명)는 가끔 드린 적은 있지만, 진지한 예배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70%가 코로나19 이전에는 온라인 예배를 거의 드리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반면, 22%(182명)는 이미 상황에 따라 종종 온라인 예배를 참석해 왔고, 5%(44명)는 적극적으로 드리고 있었다고 응답했다. 그래도 30%는 정도는 온라인 예배를 익숙하게 여기고 온라인을 통해 신앙생활을 이어 왔다는 뜻이다. ‘온라인 예배'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된 시점이 코로나19 이후 상황임을 고려하면 꽤 높은 비율의 응답자가 온라인 예배를 익숙하게 여기고 있던 셈이다.
물론, 온라인 예배는 여전히 낯설다. '코로나 이후에는 몇 번 온라인 예배를 드린 적은 있지만 주로 현장 예배를 드렸다'는 사람이 37%(305명)로 비율상 가장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그 '낯선' 환경을 생활로 받아들이게 했다. '가능하면 온라인 예배로 드리고 있다' 27%(220명), '적극적으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 23%(190명)로 50% 가까운 사람들이 온라인 예배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사람이 출석하는 교회의 방침에 따라 드린 것으로 보이고, '코로나 이후에는 거의 드리지 않았다'는 응답도 5%(40명) 정도로 나타났다. 낯설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로서 온라인 예배를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드려 본 온라인 예배의 형태를 묻는 문항에 관해서는, 실제 오프라인 현장 예배를 중계 형태로 드려 본 사람이 79%(636명)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리 제공된 자료를 통해 각자 드리는 예배, 1인 방송 형태,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예배는 15-17%(120~140명 정도)로 비교적 많지 않았다. 아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이 어색하게 공존할 수밖에 없는 과도기적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온라인 예배 후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 관해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응답이 11%(90명),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예배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응답이 35%(286명)로 46%의 응답자가 온라인 예배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만족했다는 응답도 50% 정도 되었는데, 22%(180명)는 별문제 없이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28%(232명)의 응답자는 충분히 좋았지만, 가능하면 오프라인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 상황에서 아직은 75% 정도의 사람들은 오프라인 예배를 선호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예배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온라인 예배에서 가장 '예배'라고 느껴지는, 만족한 순서를 물어보았다. '설교'를 꼽은 응답자가 80%(635명)로 가장 많았고, '찬양' 31%(248명)와 '기도'가 24%(190명)가 뒤를 이었다. 비대면 상황인데도 '만남과 교제'가 9%(73명)나 응답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같은 항목의 보기를 제시하고 가장 아쉬운 부분을 물었다. 예상대로 '만남과 교제'가 70%(562명)로 가장 높았고, '성찬'이 27%(219명), '찬양'이 23%(184명)로 이어졌다. '설교'나 '기도'는 4%(38명), 8%(66명)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설교나 기도는 비교적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만남과 교제, 성찬 등과 같은 순서를 어떻게 예전적 경험으로 재창조할 수 있을지 적극적인 고민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비대면 시대의 온라인 예배,
이미와 아직 사이
온라인 예배와 오프라인 예배의 장점에 관해서는 '비대면을 유지할 수 있어서 안전하다'는 응답이 47%(382명)로 가장 높게 나왔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이 자유롭다'는 점이 34%(278명)로 뒤를 이었고 '가족이 함께 예배드릴 수 있다'와 '여러 예배 중에서 비교적 나와 맞는 곳을 찾을 수 있다'가 각각 8%(65명)와 7%(60명)로 나왔다.
반면, 온라인 예배의 부족한 점에 관해서는 '신앙생활이 나태해지고 신앙적 소비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 36%(291명), '현장감이 부족하다'는 점이 29%(231명), '기술적 진입 장벽이 있고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이 19%(152명), 교회 간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응답이 8%(63명)로 나타났다. 온라인 예배는 비대면과 효율성이 부각된 사회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 준다.
그렇다면 온라인 예배가 오프라인 예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응답은 아직 유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예배도 가능하겠지만 나는 오프라인 예배를 찾겠다'는 응답이 53%(430명)로 가장 높았고, '온라인 예배가 충분하지 않고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18%(146명)로 나왔다. 이를 합하면 71% 정도로, 앞서 만족감을 묻는 질문에서의 응답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오프라인 예배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 70%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온라인 예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지속해서 온라인 예배를 드릴 의사가 있다는 사람들도 23%(188명)로 적지 않은 숫자를 보였다.
추천할 만한 온라인 교회 예배와 이유를 묻는 질문과 온라인 예배나 교회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전달해 달라는 질문에 관해서는 주관식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답변이 나왔다. 이미 온라인 예배를 시행하고 있었고,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대형 교회에 대한 추천이 많았고, 추천하는 이유는 온라인 플랫폼이나 예배 형태 자체보다는 추천보다는 설교가 좋아서(말씀을 잘 풀어 줘서,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추천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즉, 온라인이라는 방식 자체보다는 여전히 설교가 추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그밖에 교회가 아닌 사역팀이나 뉴미디어 채널 등에 대한 추천도 눈에 띄었다. 응답자 본인 교회에 관한 진솔한 추천도 적지 않았고, 의외로 '모르겠다',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 외 자유 의견을 남겨 달라는 항목에서 응답자들은 교회의 본질이나 예배의 본질에 관한 신학적 대답 요청, 시스템에 집중하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나 기술 소외 현상이 일어날 것에 관한 염려, 예배에 관한 다양한 시도와 모델이 나올 것에 관한 기대, 성도의 교제나 공동체성을 확보할 새로운 방법에 관한 고민, 예배뿐 아니라 교육 콘텐츠에 관한 필요성 제기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예배,
다양한 질문과 입체적인 토론과 대안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본 설문 조사는 통계적으로 엄격한 조사는 아니었지만, 온라인 예배에 관한 대중의 생각과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온라인 예배는 우리 곁에 생각보다 가깝게 와 있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30% 정도가 온라인 예배를 익숙하게 경험해 왔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그리 적은 비율은 아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다가온 면이 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일상이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온라인 예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정밀한 비교와 연구가 필요하고, 온라인 예배 경험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은 속도가 붙을 것인가? 사람들이 다양한 교회를 찾고 비교하게 되었다는 면에서 신앙생활에 빠르게 수용될 것이라 짐작하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소속된 교회의 변화에 상황과 속도를 맞추고 있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되는 이 상황을 우려하고 고민하면서 바라보고 있으며, 오프라인 예배할 기회가 생긴다면 오프라인 예배를 드리고 싶어 하는 견해가 많기에 쉽게 움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그러나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비대면 사회' 속에서 온라인 예배로의 이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예배를 피할 수 없지만, 온라인 예배가 가진 여러 모순과 위험성은 숙고하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전 인류에게 무수한 질문을 남겼지만,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도 여러 질문을 남겼다. 기술과 인적 역량을 갖춘 대형 교회 중심/설교 중심의 패러다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 세대나 교회 학교 등 기술로부터 소외된 '예배 약자'들을 위해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회의 변화에 성숙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교회를 향한 실망은 성도의 신앙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비대면'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예배의 중요한 요소인 '코이노니아' 즉, 교제는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공동체'에 관한 새로운 방법과 감각을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 '온라인 예배'가 가능하다면 제도/건물 교회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 등 우리의 질문은 아직 출발선 앞에 우왕좌왕 서 있다. 교회는 이 '전환기'의 시기 동안, 더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상상하며 '포스트 코로나'로의 이행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
박현철 / 청어람ARMC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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