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른 것, 진실과 거짓말, 사실과 허구를 분별하고 가리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도덕심이란, 전두엽이 진화된 인류가 문화 속에서 습득한 후천적인 심성이다.
따라서 부모나 스승의 적절한 훈육이 없으면 죄의식이나 염치가 없이 자신의 본능과 욕망에만 충실한 괴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신의학적 원인
정신의학 영역에서는 거짓말을 잘하는 환자가 오면 몇 가지 진단명을 생각한다.
우선은 반사회성 인격장애 환자이다.
양심이나 죄의식을 관장하는 초자(자아를 조절하는 정신영역)의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로서,
자신의 거짓말이 남에게 해를 입힌다고 해도 미안하다는 느낌조차 갖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조증을 의심할 수 있다.
감당할 수도 없는 일들을 벌려 놓고, 그것을 수습하느라 쩔쩔매는 과정에서 거짓말이 더해지는 경우다.
그러나 조증환자는 어느 정도의 감정이 조절되고 나면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느낀다.
히스테리성 혹은 자기애적 성격장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야 하겠기에 , 남들로부터 주목받고 싶기에 일단 거짓말을 하고 수습은 나중에 하겠다는 식이다.
거짓말쟁이에겐 열등감과 자만심이 공존
심리분석적으로 거짓말하는 이들의 성장과정과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이들에게는 뿌리 깊은 열등감과 지나친 자만심이 공존한다.
거짓말이라도 해서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그 결과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일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실인 양 말하고 보는 것이다.
또 이들이 부모들이 갖고 있는 도덕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 또는 지속적인지 않은 교육 태도를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예컨대, 내가 기분이 좋거나 귀찮으면 , 아이가 거짓말을 해도 그냥 넘어가고
그 반대의 기분일 땐 무섭게 야단을 친다면, 아이는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거짓말을 계속 할 것이다.
거짓말 부추기는 사회
사회문화적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구직자의 둘 중 하나가 구직을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고 대답하는 통계조사와,
취업을 위해 학력을 속이고 있거나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전체 구직자의 10%가 넘는다는 통계조사도 나고 잇다.
절박한 심정에서 그런 게 아니겠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한, 우리나라에서 거짓말쟁이들이 줄 것 같지는 않다.
정치권이나 상류층들의 반복적인 거짓말과 사기들을 끊임없이 방송하는 대중매체의 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다.
미워하면서도 닮는다는 말이 있듯, 그런 사람들을 욕하면서, 어느 틈에 배우고 따라하기 때문이다.
지적인 성취만을 강조하고 인성교육은 무시되는 우리나라의 교육적 분위기도 한 몫 할 것이다.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부모들이 숙제를 대신 해 주는 것은 무방”하다거나,
“좋은 학교로 유학을 가기 위해 성적을 조작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거짓말쟁이들의 숫자는 계속 늘 것이다.
부모와 교사, 사회의 윤리교육 절실
그렇다면, 이미 성인이 되었는데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이들의 치료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본인이 자신의 거짓말을 고치려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애써 가르치고 바로잡는다고 해서 고쳐지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반복적으로 사기와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는 이들 중에는 거짓말이 죄라는 인식을 끝까지 갖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자아를 만들어야 할 시기에 이루어진 부적절한 윤리교육 때문에 정신세계에 일조의 구멍(Superego Lacuna)이 생긴 셈인데,
나이가 들어서 이 구멍을 메워나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지능이 높은 거짓말쟁이들의 경우에는 주위 사람을 설득하고 매혹시키는 능력까지 갖추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남들도 사기꾼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염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거짓말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경제인, 정치인들에서부터
소소한 거짓말로 주위사람을 곤혹스럽게 하는 작은 도적들까지,
과연 누가 거짓을 말하고 누가 참을 말하는지 구별하기 힘든 세상이다.
그러나 아직은 참되고 바르게 살려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믿고 살고 싶다.
일단 거짓말쟁이가 되면 너무 늦다.